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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민 Sep 27. 2022

쿠스코를 기억하다

식민도시 쿠스코의 역사편

도도새인가


쿠스코. 우뚝 서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 매력 있는 분수와 벤치로 완성된 정사각형 구도의 아르마스 광장. 지끈거렸던 머리는 약효과가 든다. '잉카의 숨결일까?' 감동을 설명하기 힘들다. 작은 돌멩이들이 장식하는 땅과 골목의 정교한 석벽들은 오차가 없어 보인다. 녹색산의 산비탈에는 빨간색 지붕이 무수히 펼쳐져 조화를 이룬다. 크리스마스트리와 빨간 장식용 공처럼.

많은 장면들이 포착된다. '넓은 벤치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모습, 길거리에서 예쁜 돌로 만든 목걸이를 파는 상인들, 맑은 하늘 위의 하얀 구름, 알파카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 무지개색의 깃발들, 광장에 심어진 꽃들.' 아름답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형으로 식민도시의 모습을 이루며 화려하게 빛났다.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십칠 세기말까지 어느 섬에 살았던 새로, 날개를 사용하지 않았다.
날개는 퇴화했고, 나중엔 날지 못해 모조리 잡혀서 멸종당했다. 



세계의 배꼽이라는 의미의 쿠스코. 20만 명의 사람들이 찬란한 문명을 이뤘던 곳이다. 그들은 180명밖에 안 되는 스페인군에게 굴복했다. 잉카제국의 궁전과 신전 자리에는 유럽풍의 궁전과 종교 건축물이 세워졌다. 쏜살같이 지나가 박히는 총이라는 무기를 그들은 처음 보았다. 스페인군은 금은보화를 모두 챙기곤 왕을 죽여버렸다. 원주민들은 날아오를 구석 없이 잡혔다. 잉카문명이라는 한 장의 종이는 산산조각 나서 찢겨 나갔다. 퍼즐은 맞출 수 있지만 찢어진 조각들은 맞춰봐도 자국이 남았다.



찢어진 자국은 냉정하다. 스페인은 새로운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들의 물감을 붓기 시작했다. 이젠 잉카인의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에는 산토도밍고 교회가 있다. 잉카족의 건축물인 '태양 처녀의 집'에는 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와이나 카파 쿠 궁전 터에는 라 콤파냐 헤수스 교회가 있다. 그들이 칠한 물감은 진하고 깊었다. 식민지 바로크 양식의 수려한 건축물은 거리를 메웠다. 그들은 정신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교육, 문화, 종교를 통해서 말이다. 할만한 일들도 주겠다고 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끔 말이다.



지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목적 없이 방황하지 않도록 할 일을 주는 것



스페인군은 페루 부왕령을 설치했고 영토도 재조직했다. 새로운 세상이 오는 듯했다. 은광 산업에서 원주민들은 바쁘게 밤낮없이 일을 했다. 전문적인 그들은 반복적인 임무에 능통했다. 그들은 짐승처럼 일하고 바쳤다. 그래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말의 희망을 찾았다. 가톨릭은 누구든지 믿고 세례를 받으면 그 공로로 천당에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선한 사람에겐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겐 벌을 내린다고 했다. 사람들은 천당을 꿈꾸며 성당에 뭉쳤다. 스페인군이 세운 성당은 점차 신도가 늘어나 나중에는 시민들이 정신적 안식처로 삼았다.

한편 스페인 왕가도 바빴다. 생산된 금은괴를 사용해야 했다. 수십 년의 반복된 공급과 소비. 은 생산이 줄어들자 스페인 왕가는 고민을 했다. '세금을 올리면 되겠다! 돈이 메워질 거야' 결론에 이르렀고 지혜로운 개혁이라고 했다.  



그들을 위한 나라는 없는 듯했다.



지식인들은 반기를 들었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그들의 나라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봉기가 일어났고 스페인군은 화가 났다. 그들은 이것 말고도 할 일이 많았다.

'방황하지 않도록 도와주는데 왜 우리 탓을 하는 거야.' 그들은 법을 어겼다는 정당한 이유로 진압했다. 몇 차례 반복되었다. 지식인들은 우리를 위한다는 개혁이 옳지 않다고 믿는 눈치였다. 그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고 그 뒤에 많은 것이 감춰져 있다고 믿었다. 스페인군은 수차례 동안 그들이 옳다는 것을 폭력적으로 알리며 생각을 바로 잡게 했다.





페루는 독립을 했다. 300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불안했고 군사지도자들은 권력다툼을 했다. 조금씩 안정을 찾더니 다시 정치 내분이 일어난 것이다. 내부에선 쿠데타도 일어났고 나중엔 대공황까지 발생했다. 경제 성장을 조금씩 해도 부패는 계속되었다. 

'과연 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빈부격차는 심해져만 갔다. 그들만 고생한 게 아니다. 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부모님, 조부모님 등. 그들의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뤄지지 않는 희망과 억눌려가는 마음들. 그중에서 제일 힘들게 하는 건 머릿속에 차오르는 생각들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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