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내게 몰려올 때 2 - 동종업종의 뒷이야기

6월 11일

by 감성토끼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곳 평택에까지 와서 문구점을 해야 했던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경기도 A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했었다.

그때가 아마 제일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틀에 한 번씩은 현금 다발을 들고 가게 앞 공원을 지나 은행으로 입금을 하러 다녀야 할 정도로 가게가 잘 됐었다. 남편과 둘이 가게를 운영했음에도 낮에 밥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없어 늘 배달음식으로 때워야 하던 날들이 많았다.


이렇게 가게가 잘 되자 주인이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고, 가게를 내놓지도 못하게 방해를 했다.

결국 짐을 모두 빼고 이사를 해야만 했고, 우리가 나간 그 자리에서 주인의 아들이 문구점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후 급하게 옮긴 곳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도저히 이곳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많은 장소를 찾아 다니다 만난 곳이 바로 평택이었다.


이런저런 사연 끝에 만난 지금의 문구점!

처음 지금의 자리로 옮겼을 때 실패가 있었기에 남편은 많은 것을 고려했었다.

일단 제일 먼저 초등학교 앞이어야 할 것, 그리고 학생 수가 1500여 명은 넘어야 할 것,

주변에 문구점이 없을 것. 아파트 단지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서 아파트와 함께 상가주택이나 빌라 단지가 같이 있을 것 등이었다.

게다가 막 시작한 신도시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사람의 일이 언제나 완벽할 수만 없는 것이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페**이라는 상시 할인 도매 문구가 있다는 걸 간과한 거였다.


다른 조건이 워낙 매력적이라 그 존재를 가볍게 생각했던 거였다. 그래도 막상 오픈을 하고 나니 오픈발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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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 문구점이 생기니 부모님들은 대부분 환영해 주었고, 물론 가격에 불만이 있는 분들은 좀 멀어도 할인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그래도 학교 앞의 장점을 살려, 등교 시간에 맞춰 일찍 오픈을 하고 밤늦게까지 운영을 하니 아이들이 필요하고 급한 준비물들은 거의 우리 문구점에서 구입을 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가고 있었는데, 아뿔싸! 불과 6개월 뒤에 무엇이든 없는 게 없는 다 있다는 곳이 같은 생활권역 안에 오픈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매출이 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문구점이 없는 근처 다른 학교에서도 조금씩 유입이 되고 있었고 다** 때문에 주춤했던 매출이 다시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즈음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코로나가 터져버린 것이었다.


그 와중에 근접한 거리에 동종업종까지 탄생을 했던 거였다. 그러니 그야말로 파도가 연속적으로 내게 몰아쳐 오는 느낌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지난번 한편으로 끝나야 할 이야기였다. 그런데 어찌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정말 소름 돋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동종업종의 탄생 편은 블로그로 이미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에피소드를 조금 더 수정하고 다듬어서 발행을 했던 거였다. 매주 토요일 연재라 금요일에 예약 발행을 완료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무렵 아이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oooo 문 닫았나 봐요~"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놀라서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물어보았다. "물건이 없어졌어요~"

뭐라고? 어제 퇴근하면서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만 해도 분명히 물건들이 그대로 있는 걸 내가 봤었는데?


어찌 된 일인가 퇴근을 하면서 확인해 봤더니 정말 아이들 말처럼 가게 안이 텅 비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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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를 그토록 속앓이하게 만들었던 그 가게가 공교롭게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발행해 놓은 그날,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 가게가 들어온 지 딱 1년 만의 일이다.


가게가 텅 빈 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 기분이 너무 묘했다. 하지만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 건 다른 것이었다.

아니 내 글!! 다시 고쳐 써야 할지, 아니면 통으로 날리고 다음으로 준비한 이야기를 먼저 넣어야 할지, 말미에 이 사연을 추가를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다 이왕 발행한 이야기는 그대로 두고 후속 이야기 한편을 더 쓰기로 결정했다.

매주 연재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그 가게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다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되는 건지 사연이야 알 수 없지만, 또 이 빈 가게에 다른 어떤 업종이 들어오게 될지 그 또한 모르지만, 제발 겹치지 않는 업종이 들어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가게도 잘 되고, 우리 문구점 역시 이 자리를 오래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다.

참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걸, 그런 우리 인간들이기에 그래서 더욱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할 뿐이라는 걸 새삼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이렇게 어느 문구점 아줌마는 운 좋게 살아남아 오늘 하루도 또 이곳에서 열심히 버텨나가고 있다.

다시 한번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거라는 말을 마음 깊이 새겨 본다.



<블로그 댓글 중>


-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가게를 급히 정리한 느낌예요.

정말...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지금 계신 곳에 자리잡기까지 어려움이 많으셨네요.

묵묵히 하루를 보내셨기에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실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 다행 이라고 해야할지....맘이 복잡하시겠네요.

서로 윈윈하면 더 좋겠지만요.

앞으로는 꽃길만 걷는건가요. 살짝 기대해봅니다.

- 어휴 말도마요 어쩜 이리 자영업은 비슷한지

남편도 저번에했던 자리가그랬죠

잘됐었고 그래서 건물주가 아들 동종업종 시키려고 월세 말도안되게올려

쫒아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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