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식사하셨어요?
밥 먹었니?
흔히 하는 안부 인사. 옛날 보릿고개 시절 한 끼 챙겨 먹는 게 아주 중요했던 그 시절의 인사가 그냥 흔한 안부 인사로 바뀐 요즈음, 그래도 역시 삼시 세끼 먹는 행위는 우리 삶에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문구점 안에 있다 보면 가게에서 밥을 먹어야만 한다.
남편과 같이 문구점을 운영할 때는 교대로 먹을 수 있었지만, 혼자 운영하다 보니 삼시 세끼를 혼자 챙겨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가로 120cm, 세로 70cm 되는 계산대가 손님이 오면 카운터가 되고, 책을 읽을 때는 책상이 되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는 식탁이 되기도 한다.
참고로 이 포스기는 양면으로 되어 있어 계산을 할 때는 손님과 화면을 공유하지만, 평소 내가 있는 쪽 화면은 PC로 사용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늘 이 PC로 글을 쓰고, 써 놓은 글을 다듬고 수정하고 있으니 작업실도 되는 셈이다.
아침은 보온 도시락에 국이나 찌개, 반찬을 싸온다.
밥은 가게에 밥솥을 가져다 놓고 가게에서 해 먹는다.
사실 반찬을 이것저것 챙겨 먹을 여유가 없다 보니 보온 도시락 국에 밥을 말아서 반찬 한 가지 정도와 급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밥 먹는 시간이 따로 없으니 눈치껏 손님들이 안 계신 시간에 먹을 수밖에 없다.
밥 먹는 중간에 손님이 오기도 해서, 뭘 잔뜩 펼쳐놓고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김밥이 간편하고 먹기 편해 자주 이용하게 된다.
남편은 어린이 입맛이라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
예전 에덴 문구 시절 햄버거 세트를 시켜서 먹다 보면 꼭 아이들이 들어온다. 그러면 남편은 아이들에게 이거 하나 줄까? 하면서 감자튀김을 나눠주거나, 심지어 자신이 먹던 햄버거까지 나눠 주기도 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기는 하다.
가뜩이나 마른 사람이 자신이 먹을 햄버거까지 나눠주는 모습을 보고 내가 한마디 하면 그냥 웃어넘겼다.
그래서 아마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먹을 거 줄까 하면 대부분 사양하거나, 거절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도 세월에 따라 변해 가는 모습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밥을 먹다 손님이 들어오면 먹던 밥통 뚜껑을 얼른 닫고 급하게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 손님이 나가면 다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컵라면 같은 경우는 간편하긴 하지만, 퉁퉁 불기도 하고, 냄새가 많이 나서 잘 먹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 지인이나 친구가 가게를 찾아와도 가게 문을 잠그고 나갈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계산대 옆 의자에 앉아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불편한 식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나야 워낙 단련이 되어 있어서 괜찮지만,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리 진수성찬 음식이 있어도 가게에서 먹는 한 끼는 불편하고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살기 위해 먹는 한 끼이기 때문일까?
많은 자영업자분들의 식사 풍경은 대부분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자영업자의 애환 중 하나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마구 가라앉을 때는 내가 이 나이에 밥 한 끼도 맘 편히 못 먹는 이 일을 왜 해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내 가게 하나 차리는 게 꿈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미 누군가의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라고 억지로 긍정적인 희망 회로를 돌려본다.
모처럼 쉬거나, 일찍 마치는 주말 저녁시간에 먹는 한 끼 밥은 정말이지 김치 하나만 있어도 너무나 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그 여유롭고 편안한 밥 한 끼가 그래서 더욱 소중해진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평택으로 내려온다.
그럼 하루는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것도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그냥 집으로 배달 시켜서 먹는 쪽으로 바뀌었다.
달랑 세 식구인데, 셋이 같이 밥을 먹는 기회는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다.
딸이 모처럼 집에 와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한 끼 밥상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걸 알기에 착한 우리 딸은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집으로 오는 것이리라!!
이번 어버이날은 일요일이기도 해서 가게 문을 닫고 친정이 있는 서울에 다녀왔다.
보고 싶은 친정엄마, 그리고 동생 식구들까지 모두 모여 복작복작 즐겁고 신나게 웃음꽃 피우며 먹는 그 한 끼 식사는 그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가족들의 사랑과, 서로를 위하는 따스한 정이 흐르는 위로이며,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의지이고, 행복이며, 기쁨이다.
그래서 나는 그 한 끼의 힘으로 오늘 하루를, 다가올 내일을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블로그 댓글 중>
- ㅋㅋ 저는 감성토끼님 글을 읽다보면
간간히 남편분을 깨알 디스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역시나 이번에도 어린이 입맛이라 표현하거에 피식합니다.
패스트푸드 가끔 먹으면 맛나요^^
- 아이고 그러네요,,
저는 별 생각 없이 한끼 한끼를 먹고 있지만,
수시로 손님이 오고 가는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이상 눈치껏 식사하셔야겠어요ㅠ
푸짐한 한끼는 힘들어도 감성토끼님을 위해서 행복한 한끼를 찾아드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들어요ㅠㅠ!!
- 햄버거 나눠 주시는 남편분 마음이 참 따뜻하시네요^^
가게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가끔은 카페같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문구점에서의 일상을 엿보게 되어요.
감성토끼님 덕분에 알아가게 되는 문구점세상 재밌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