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희망이다

6월 18일

by 감성토끼

장사를 한다는 건 미래를 파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이 아닌, 앞날을 예측하고, 그때를 대비해서 물건을 잘 준비해야만 차질 없이 잘 꾸려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모든 신경을 초집중해야만 한다.

지금은 또 워낙 변동성이 큰 코로나 시기가 아니던가!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급등을 하고 있는 이 시점(2022년 2월)에 3월이면 정점을 찍을 거라는 예측들이 나오다 보니 개학을 과연 제대로 할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교육부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넘겨 버렸고, 문구점 앞 초등학교는 일정대로 개학을 할 예정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일부 엄마들이 온라인 개학을 하라고 학교 측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엄마들의 입장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photo-1551925608-12e169132446.jpg © stationery_hoe, 출처 Unsplash

복잡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준비할 건 미리 해 놓기로 했다.

문구점은 그야말로 잡화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우선 노트 하나만 해도 국어 8칸, 10칸, 쓰기 8칸, 10칸, 무제 17줄, 21줄, 25줄, 알림장 좁은 칸, 넓은 칸, 독서록 좁은 칸, 넓은 칸, 일기장 넓은 칸, 좁은 칸, 그림일기 1면 1일, 2면 1일, 일기장 넓은 칸, 좁은 칸, 영어 넓은 칸, 좁은 칸, 받아쓰기, 음악, 한문으로 나누어지고 이 모든 노트들이 남, 여로 스프링과 제본으로 또 나누어지니 노트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된다. 중고노트까지 합쳐지면 더 늘어난다.


게다가 실내화며, 악기류, 물감류, 필기류, 풀이며 삼각자, 일반자 등 학습준비물들까지 종류가 너무나 많다.


이 물건들이 3월 초에 나가면 그다음부터는 거의 나가지를 않기 때문에, 물건 주문할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게다가 가장 머리 아픈 건 바로 "돈"이다. 자금이 넉넉하면 물건을 많이 시켜서 쌓아두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정말 생각을 잘 해서 주문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3월 초(3월 1일부터 3월 4,5일에 거의 80% 정도가 한꺼번에 나간다)에 나가는 노트, 실내화, 색연필, 사인펜, 크레파스, 필통, 파일류 등은 적정 수준 미리 들어와 줘야 하고, 3월 초가 지나서 주문해도 되는 악기류나, 수채화 세트는 그때 주문하면 된다.


일 년 중 2월이 제일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달이기에 그동안은 1년짜리 적금을 들어 1월에 찾을 수 있게 대비를 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기한이 이상하게 되어 1월에 찾아야 할 적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단기 대출을 받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소상공인 정부 지원금이 나왔다.

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걸까? 그래서 올해는 또 이렇게 무사히 넘어가게 되어 너무나 감사했다.


자금이 해결되었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매년 실내화가 모자라서 팔지 못했던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충분히 예측을 해서 준비를 했다. 개학 하루 전까지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정도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일 년 중 매출이 가장 많은 날. 바로 개학하는 날이다. 개학 전날부터 뭔가 조짐이 좋았다.

역대이래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개학 전날보다는 아무래도 개학을 해야 선생님들께서 준비물 유인물을 나눠주는 경우가 많기에 당일이 제일 매출이 높은 날이고 점점 하향곡선을 띠어간다.


그래서 개학 당일은 남편이 하루 쉬고 도와주러 나왔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날 매출도 코로나 이전과 거의 근사치에 도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이 모든 것이 나 혼자 이뤄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물건 주문부터 정리까지, 있는 자금 안에서 이리저리 머리 터지게 고민을 하며 일궈낸 성과여서 너무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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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신학기 며칠은 하얗게 불태운 날들이었다.


무려 3년 만의 전면 등교 상황이었기에 감을 잃어서 제대로 파악을 못해, 몇 번이나 계속 주문을 했어야 했다.

나중에는 모자라는 것도 있고, 남아도는 것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우리 문구점만의 상황은 아닌 듯 실내화 240사이즈나 12색 네임펜 등은 다른 대형 문구점들이나 마트에서도 동이 났는지 계속 문의 전화가 오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정신없는 3일이 지나갔다. 4일째부터는 급격히 매출이 줄어드는 날이 시작된다.

하지만, 분명 코로나로 인해 발목 잡혀있던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고, 3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3년 전 신학기 용품을 위해 방문해 주셨던 고객님들이 올해도 여전히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문구점을 다녀가신 모든 고객님들께 항상 풍요와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내년 신학기에는 이 감사한 마음을 고객분들께 돌려 드려야 할 것 같다. 올해는 3만 원 이상 구입하신 고객님들께만 사은품을 챙겨드렸는데,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께 사은품을 전해드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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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난이 닥쳐와도 춥고 바람 부는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은 오듯이, 어떤 파도가 몰려와도 그 상황에서 감사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봄은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이번 신학기였다.


봄은 출발이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다.

봄은 사랑이다.

봄은 감사다.

또다시 봄이다.

흐드러진 봄이다.


봄은 그래서 희망이다.



<블로그 댓글 중>


- 감성토끼님 미래를 파는 장사 속에 봄학기 문구점을 준비하며 매출 성과를 이뤄내시고

새로운 시작과 출발인 봄에서 사랑과 감사 속에 희망을 느끼며 지금의 여름을 맞이하고 있네요.^^♥

- 와...이렇게. 살아있는 경험담을 듣다니!

사장님의 입장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진짜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생각해야하는구나..

미래를 내다봐야하는 그런 일이군요~

여튼 매출이 나아지고있다니 좋은일^^

- 글이 따뜻해서 뭉클하네요.

처음 도입부터 장사는 미래를 파는 직업이라는 부분부터...

방문한 고객에게 풍요를 기도하는 선한 마음까지요.

글을 읽으면서 내가 보내는 선한 좋은 에너지가 결국엔 내게 다시 돌아온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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