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우리 문구점에서 100M 정도밖에 안되는 곳에 팬시점이 떡하니 들어왔다.
노트나 파일, 악기류 같은 문구만 없을 뿐 완구, 장난감, 카드, 과자와 아이스크림까지 판매를 하고 있다.
심지어 뽑기 통까지 들여놓았다. 알고 보니 우리 뽑기 통 놓는 사장님한테 연락이 왔었다는 거였다.
사장님은 장소를 물어본 후 거절을 했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역시나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 것일까?
평일 매출이 서서히 떨어지더니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떨어진 2020년 10월보다 매출이 더 줄어들었다.
그 가게가 생기고 나서, 항상 보이던 단골 아이들 중 얼굴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몇 명 된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겠지 기다렸건만, 몇 아이는 그 후 아예 가게에 나타나질 않았다.
혹시 이사라도 갔을까? 생각하던 어느 날 그 아이가 가게를 찾아왔다.
그런데, 한 바퀴 휙~ 둘러보더니 그냥 나가는 게 아닌가!
참 마음이 안 좋았다. 도대체 그 가게에 어떤 물건들이 있길래 저렇게 시큰둥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의 매일 찾아오던 단골손님이었기에 더 속이 쓰렸다.
요즘 문구점 없는 학교 앞도 많은데, 왜 하필 이쪽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가뜩이나 얼마 안 되는 거리에 다**가 있고, 또 다른 쪽에는 규모가 큰 상시 할인매장인 페**이 있어서 안 그래도 그쪽으로 다니는 아이들은 가까운 곳에 문구점이 있어도 안 오는 아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코로나19가 제일 안 좋은 상황인 줄 알았는데....
대형 매장들만 살아남은 요즘, 작은 매장으로서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아 버티고 있었건만,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머릿속이 복잡했나 보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까? 답이 보이질 않았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하루 매출을 볼 때마다 저쪽으로 빠져나간 그 얼마가 생각이 나고, 그러다 보면 짜증과 화가 몰려들고 그랬던 것 같다.
시끄러운 속을 달래려고 막 아침 산책을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다.
어린이집 선물을 준비하러 오신 분이다. (참고로 우리 문구점에서는 선물을 구입하면 포장은 서비스로 해 드리고 있다.)
이 분은 약 2년 정도 우리 가게를 꾸준히 찾아주고 계신 단골손님 중 한 분이시다.
서로 속 깊은 이야기야 나누지 못하지만, 오시면 포장지 값도 많이 들 텐데 남는 게 있는지 걱정해 주고, 아이들한테 줄 물건들도 이것저것 담아 가신다.
요즘, 의기소침해 있었던 내게 이런 분들의 방문은 정말 큰 힘이 된다.
"항상 저희 가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이 한지 포장지는 서비스로 드릴게요~"
나도 기분 좋게 서비스까지 챙겨 드리고, 가게 문을 잠시 걸어 잠근다.
이제부터 산책 타임!!
짙어가는 나뭇잎들이 살랑대며 내게 손 흔들어 인사를 한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아침 햇살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오늘 하늘은 내 마음이 반영된 약간 탁한 하늘빛이다.
늘 만나는 까치 세마리가 나무 위에서 나를 응원하며 재롱을 부린다.
이름 모를 새들도 여전히 아름다운 소리로 날 위해 힘내라고 노래를 한다.
며칠 전 우연히 보게 된 세바시 강연 중 지나영(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의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Everything is happening for you, not to you
모든 일이 그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또 한마디!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삶이 당신에게 시고 떫고 쓴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상큼한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그 말이, 그리고 모든 일은 비록 안 좋은 일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해 일어난다는 그 말이 지금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시련도 고난도 결국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 가게가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당연히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심각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어서 그나마 감사하다.
아예 그 가게가 안 들어 왔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마음 쓴다고 어찌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의 삶은 바다를 닮았다.
파도는 늘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밀려왔다, 밀려가고, 더 큰 파도를 몰고 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잔잔하게 빛나기도 한다.
이 파도가 나에게 밀려온다면, 신나게 파도를 한번 타 보기로 하자! 바닷물에 빠져 흠뻑 젖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어떻겠는가!!
이미 일어난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모든 불행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 데일 카네기 -
<블로그 댓글 중>
- 감성토끼님이 쓰신 글을 천천히 읽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마음을 휘릭 읽을 수가 없었거든요. 동네 오래 자리를 지키는 가게가 마을을 살리고 매일 단골로 오는 아이들의 꿈이 자랄 수도 있으니까요. 코로나에 동종업 가게에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가 자꾸만 생겨도, 그래도 오래 자리를 지켜주세요. 아름다운 한지 포장에 감성토끼님의 반가움까지 앉어 주시니 참 아름다운 가게인 것 같아요.
- 마음을 추스리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크고 작은 파도는 언제나 있는 것 같아요
사회가 경쟁의 연속이니까요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바꾸는 작업은 늘 필요한 것 같아요.
산책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 참 좋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청량한 레모네이드처럼 기분 좋은 오후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