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교황 감상후기
프란치스크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는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가르침을 실천했던 교황은 '빈자의 친구'였다.
"무덤은 땅 속에 있어야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단 하나의 비문만 있어야 한다."는 유언장을 들으니, 교황은 진정 낮은 데로 임하는 성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즉위 이후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전쟁과 분쟁에는 평화와 공존을 당부했다. 또한, 기후위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황의 선종 소식에 영화 ‘두 교황’을 다시 본다. 수년전 교인이 아닌 나도 깊은 울림을 받은 영화다.
'두 교황'은 종신직인 교황직에서 살아서 스스로 물러난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다. 2000년 카톨릭 역사에서 생전에 자발적인 퇴임은 700년 전이 마지막 이었다고 하니, 베네딕토 16세의 양위는 교황청 관계자 및 전 세계 10억 신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영화는 퇴임을 염두한 베네딕토 교황과 사직서를 손에 쥔 아르헨티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이 며칠간 함께 지내며 논쟁과 협상하는 과정을 담는다. 때론 치열하게 논쟁하고, 때론 인간적으로 교감한다.
두 교황은 교회에 대한 생각부터 사람 관계, 식사 습관, 음악 취향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끝없는 논쟁과 대화 끝에 점차 합의점을 찾아간다. 전임 교황은 후임 추기경이 고국의 군사독재 시절 교회를 지키려고 군부와 거래하며 다른 신부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고해성사를 받아 오랜 상처를 치유하고, 후임은 현 교황이 교황청 신부의 소년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고해성사를 받아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준다.
베네딕토 16세는 '20세기 최고의 신학자'라는 평판답게 보수적 입장에서 가톨릭의 정통성을 수호하려 한다.
반면 프란치스코는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 믿는 개혁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장벽을 세우기 보다는 다리를 연결하자'는 설교에 교황의 철학이 배어 있다.
영화는 두 교황이 사제복을 벗고 평상복을 입은채 월드컵 축구 결승전을 함께 관람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2014년 월드컵 결승전은 독일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어 독일이 연장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서로의 다름을 알면서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두 교황 모두가 승리자지만, 영화는 종신직인 교황의 권력마저도 교회의 개혁을 위해 나 아닌 반대 성향의 적임자에게 양위하는 독일 출신의 교황에게 좀 더 점수를 주는 듯하다.
며칠전 내란범 전직 대통령 형사 재판에서 특전사 대대장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할 뿐입니다."라고 답변해서 화제가 됐다.
사람에게 충성하는 일은 사익을 위해 내 줄을 만드는 것이지만, 조직에 충성하는 일은 내 이익을 버리더라도 결국 조직을 살리는 길이다.
빈자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복을 빌며, 사람보다 진정으로 조직에 충성하는 분들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