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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길, 체임벌린인가 루즈벨트인가

푸틴과의 휴전회담을 보며

by 생각의 힘 복실이

요즘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일이 많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마눌이 묻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고자하는 길."

트럼프와 푸틴의 알라스카 회담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가고자 하는 길의 의미를 헤아린다.

알라스카 양자회담 이후 회담결과에 대해 두 정상은 생산적, 건설적으로 각각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은 '노딜'로 그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의 정상에게 회담결과를 설명하고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내일부터 푸틴의 제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언론의 보도대로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체임벌린의 길을 답습하는건가 싶었다.

체임벌린 총리는 2차대전 직전 신생 독립국이던 체코의 동의없이 뮌헨 협정에 서명해 최악의 정치적 오판을 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뮌헨, 전쟁의 길목에서'는 히틀러의 게르만 영토확장이라는 야심을 알면서도 현재의 평화를 유지하기위해 협정을 성사시키려는 쳬임벌린의 분투가 잘 드러난다.

체임벌린의 노력은 당시에도 다수의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위장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신념으로 방관하지 않고 히틀러와의 회담에 매진했다.

영화는 엔딩 자막으로 '그의 노력으로 동맹국은 시간을 벌었고, 결국 전쟁에 승리했다'고 부연 설명하지만 서명후 1년만에 총리를 사임하고 아직까지 나약한 유화책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걸 보면, 이 견해가 정설은 아닌 모양이다.

체임벌린은 당사자없이 독일에게 체코 땅 일부를 할양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그는 상호간 서명이 효력의 강제성은 없더라도 만천하에 공개되는 터라 만악 히틀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그가 괴물임을 알릴 수 있고 동맹국을 규합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다수의 우려대로 히틀러는 종이문서 따위 무시했고, 서명후 6개월만에 체코 영토 전체를 병합하고 이도 모자라 다시 6개월 후 옆나라 폴란드까지 침략했다.

역사는 뮌헨협정과 폴란드 침공을 2차대전의 도화선으로 기록한다.

미국 언론의 우려대로 트럼프 대통령도 체임벌린의 전철을 밟는 것인가, 당시 체코를 우크라이나로 설정하고 히틀러 자리에 푸틴을 앉히면 그 구도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러시아의 푸틴과 브로맨스를 자랑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어떤 길을 가는 것인가, 훗날 역사는 이 길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길을 따르는듯 하다.

루즈벨트는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었고 대공황기 뉴딜정책을 시행해 경제위기를 타개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후에는 감동적 대국민연설로 일본에 선전포고후 2차대전에 전면 참전했고 결국 미국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4선 대통령이다.

공산주의 원조국인 소련의 스탈린과 적과의 동침을 통해 유럽에서는 독일을 패퇴시켰고, 극동에서는 일본의 항복을 위해 소련군의 참전을 권유했다.

그는 거악을 몰아내기 위해 반대세력과 연대했다. 작은 적을 품에 안고 더 큰 적을 잡았다.

현재 트럼프의 미국도 녹록치 않다.

패권국 미국에 도전자 중국이 GDP 70%까지 따라붙은 국제현실을 고려하면 지금 중국을 주저앉혀야 한다.

국가부채 37억 달러로 기축통화국이 아니었다면 이미 파산했을 재정상태라 세계 경찰 노릇하며 유럽을 지원할 수도 없다.

3년이상 장기화되며 소모전으로 전락한 러우전의 유일한 승리자는 중국이다.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의 에너지를 값싸게 수입해 세계의 공장을 가동하고, 그 상품을 서방의 경쟁자가 철수해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 시장에 수출해 신시장을 창출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에 균열을 내고 그 틈새를 차지하려 한다. 러시아 원자재와 미국 자본을 연결시키려 한다.

러시아에서 번 돈으로 그만큼만 유럽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벌던 돈이니 시진핑 대신 트럼프가 푸틴과의 브로맨스를 되살리면 가능할 것이다.

유럽은 이제 유럽의 힘으로 지켜야한다. 방위비를 GDP대비 5% 수준으로 올려 나토가 아닌 EU의 힘으로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다시 영국을 복귀시키든 독일이 재무장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략 이런 시나리오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큰 그림이 아닌가 싶다.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는 길, '적과의 동침'으로 80년전 2차대전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다.

다시 걷는 트럼프 대통령의 길, 3차대전만 피할 수 있다면 일단 환영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미미한 푸른점 하나일 뿐이라는 지구상에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영구적인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좀 더 넓은 포용의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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