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 연못의 기적을 생각하며
이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긴 듯하다.
긴 추석연휴를 보내며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투병기간 도음주신 분들과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고, 그 중 몇분은 오가며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를 봤고, 집에서 마눌과 대부1, 대부2를 보며 가족과 책임, 우정과 이익에 관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은 좀체 모이지 않았고,
글로 표현할 만큼 영글지 못했다.
추석 당일엔 처가에서 장인, 장모님을 비롯한 처가 식구들과 함께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런던에 있는 큰 딸과 고 3 수험생 조카를 빼고는 모두 참석했다.
열흘 전 뵌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 계속 남았고, 칠개월 전 영국으로 떠난 딸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한 켠에서 애틋함을 불러와 연휴기간 내내 생각을 흔들었던 모양이다.
연휴가 지나며, 엄마는 다시 살아갈 힘을 차리셨다고 한다. 형과 누나네 식구들이 번갈아가며 시골집을 드나들며 기운을 북돋았다. 막둥이 아들도 아침밥을 먹고나면 엄마와 아침인사를 나누는 루틴을 만들었다. 진즉 만들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라도 충실히 지키려 한다.
어제는 런던의 큰 딸도 오랫만에 블로그에 새 글을 올렸다. 그간 너무 바빴다고 한다. 이제는 혼자서도 살아갈 힘이 생긴 듯하다.
서울에서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에 빠지곤 했다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그 때는 그 시절이 평생 갈 줄 알아 힘들었는데, 지나고보니 추억이라며 이제는 세상살이가 별로 무섭지 않다고 한다.
대견스럽다. 혼자 지내는 타향살이를 버티는 것도 기특한데, 내면이 성장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결국, 구원의 힘은 내 안에 있음을 느낀다.
예수님이 행한 기적중에 38년된 병자를 걷게했다는 '베데스다 연못의 기적'이 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거기 서른여덟해 된 병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요5:5-8)
연못에 넣어줄 이웃이 없어 치유의 연못에 들어가지 못하던 병자는 예수님 말씀 한 마디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어 연못으로 들어갔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낫게하는 힘은 결코 연못에 있지 않고, 병자 스스로에게 있음을 자각시킨 것이다.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는 힘도 결국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