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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정 Oct 31. 2020

아들이 임용시험에 합격하던 날

아들, 고등학교 교사가 되다

꿈을 꾸었다.

울긋불긋 치장한 상여가 보였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만장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도 많았다.

요령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누구의 장례식인지는 몰라도 나는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그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베개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꿈속에서 들었던 그 요령 소리가 거실에서도 크게 울리고 있었다.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해서 거실 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오늘이 아들의 임용고시 합격자 발표를 하는 날인데 이상한 꿈 때문에 심란했다.

아들이 사찰 고시원에 들어 간 후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꼭 합격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걱정이 되었다.

나는 아침밥을 지어 놓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내가 근무하는 소방서는 밤샘 근무한 대원들의 아침밥을 지어야 하기에 새벽 6시까지 출근을 해야 했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점심식사 준비를 하는데 내 눈길이 자꾸 저만치 걸려있는 시계로 갔다.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긴장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머니 속의 휴대전화에 온 신경이 쏠렸다.


그 날은 정월대보름 날이었다.

나는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오곡밥을 짓고 묵은 나물을 볶고 있었다.
한 겨울인데도 여러 개의 화구에서 나오는 열기로 등줄기에 땀이 흘렀다.
시계의 분침이 10시에 가 닿는 순간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 우리 아들이 정말 합격했구나"하는 예감에 가슴이 후드득 떨려왔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엄마"아들은 목청껏 "엄마"를 부르고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다그치지 않고 아들의 울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합격을 말하지 않아도 힘차게 엄마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서 합격임을 예감했다.

잠시 후, 아들은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합격했어요. 엄마 고생을 덜게 돼서 정말 기뻐요. 고생 많으셨어요. 사랑해요, 우리 엄마."
"고맙다 우리 아들, 축하한다 내 새끼" 휴대폰을 들고 서서 나도 울었다.
곁에 사람들이 쳐다봐도 조금도 창피하지 않았다.

사찰 고시원으로 들어가서 나물밥을 먹으며 공부한 아들이 대견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깊은 산속 절간의 방 한 칸에 아들을 데려다 놓고 돌아 설 때 마음이 착잡했다. 

"원래 공부는 혼자 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옛날에는 절간에서 사법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아들의 너스레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 아들이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나에게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그 지독한 시련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던 건 가슴에 품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왜 이렇게 밖에 못 사느냐고 원망하기보다 

고생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자신이 성공해야 만 하는 이유로 삼아 공부에 정진해 준 아들이 더없이 고마웠다. 

아들까지 시험에 합격했으니 삼 남매가 모두 꿈을 이루었다.

큰딸과 작은딸과 아들이 말했다. 

자신들의 성공 뒤에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 큰 힘이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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