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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영원

by 온다

망종에 문장을 짓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더듬더듬 헤엄치던 손가락

물보라가 일어나는 수면 가까이

흐느적거리는 머리카락


건져 올리면

몸통이 없는 부두

핏기 없이 불어버린 눈꺼풀이 축 쳐져

사건이 터진 그날을 바라본다


말해본다

아무도 듣질 못한다


창살로 드는 햇볕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도하는 이는

고결하게 그날을 잊었다


되찾은 삶을 갈고닦아

개선하려 한다


불어 터진 눈알과 시선이 마주쳐도

그날의 비명은 선율이 아름답다


망종에 찬가를 부른다

무덤까지 찬사 받으며 눈물 흘린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눈물 흘리다 불어 터진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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