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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2025.06

by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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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에 담겨 웅크린

고귀한 아이는

밥그릇을 탐내지 않는다


기해에서 끓어오르는 요동을

증오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소쿠리째로 엎어져

온몸에 풀떼기가 베긴

낙망의 시점부터


단 한 번도 탓해본 적 없는

물 젖은 바닥을 원망했다


이제 쓸모없는 아이는

남의 끼니를 훔친다


같은 식선을 취해도

주둥이가 된 구멍으로 끼워넣기 바쁘다

연명하기 바쁘다


젖을 오물거리던 작은 입에 갖다 붙인

이유 없는 낙인으로 하여금

뱉어내는 말은 날숨뿐이다


금을 보고

꽃을 따 먹는다 해서

웃음을 쪼개어 나누는 법도

스스로 깨우칠까


이제 용도가 개무한 아이는

남의 시체를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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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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