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
안장에 앉은 나는
말을 달리게 두고
허공을 누른다
고개는 그대로 놓아둔다
앞으로 나아갈 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기울이더라도 건너가 응시하진 않는다
비껴가던 말 꼬리에 채찍질 당해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 버릴지도 모르니까
눈물이 터지지만 앞으로 나가간다
멈추려면 달려야 하고
달려야만 땅의 울렁임을 느껴낼 수 있다
폴짝 뛰어내려
말에게 걷어차인다
어차피 내가 보던 시야는
달리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말은 나를 태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