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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말코비치 되기

2025.08

by 온다

실제로 체험하는 감각이

둔한 편인 곽 씨는

숨의 끄트머리가 뇌의 말초로 전달되는

마지막 순간에야

이 세계가 어쩌고 그렇다던 유언을 남겼다


현실을 사유하는 작용이

일어나지 않음을 불안해하던 곽 씨는

결국 아름다운 광경들을 나열하며

성대가 솟아오르더니

혀부터 기도까지 딱딱하게 굳어갔다


처방된 알약은 성분도가 현저히 낮아

먹어도 사실은, 소용이 없었단 걸

마지막 감각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알았더랬다

그마저도 사실은, 안다고 할 순 없지만


합법적으로 여섯 알 정도 쑤셔 넣은

함량 낮은 알갱이들이

곽 씨를 꼼짝없이 내몰 줄은 몰랐더랬다

그마저도 말로 남기진 않았지만


문상 온 곽 씨의 친구의 지인인가가

남긴 추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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