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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9. 05

by 온다


오월이 지난 장미는

스치면 무르고 마르면 검어지는 때문에

거꾸로 매달려 헌 공기를 마신다


오월의 한 철 장미는

아름다움에 꺾이고

꺾이지 않으면 찢기고

뾰족한 탓에 화단 바깥으로 밀려난다


뒤늦게 피어난 장미는

오월의 수모를 안고 태어나

굳건히 겨울을 맞는다


아름다움에 치이지 않고

물줄기 가득 수분을 머금고 움튼다

얼지 않고 끓지도 않은 온도로 싹 틔워

강직한 자세로 시월의 꽃을 품는다


다음 오월에도

아름다움만으로 찢기는 꽃이 없도록

기꺼이 배양하는 몸을 바친다


비로소 구원하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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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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