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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1. 냉정

by 온다

그날

달은 사그라지고

걸려온 전화 한 통에

나는 식어갔다


내 밤의 달빛을

모조리 끌어다 적신 바닥에

무릎 꿇고 침묵한 당신에게

자위하듯 노란 일렁임을 선사하는 꼴이란

정전 같은 설움이었다


달의

남은 모퉁이까지 갉아먹고는

질겅이던 핏덩이를 진심처럼 뱉어낸



우아한 그 여인은


내 생애 마지막까지

떠오르지 않을 일월(日月)을 꿀꺽 삼키고

영영 그림자 없을 밤하늘을 팽개치고 갔다


그날

빛은 사그라지고

초점 없이 부유함에

나는 띠를 두른 행성이 되었다


표면만 남고 마른 달처럼

누구 하나 안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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