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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2. 열정

by 온다

너와 그녀의 침대는

들썩였겠지

웃음과 비아냥으로


너의 뜨거운 몸을 가득 안고

다독이던 나의 밤들을 자근거리며

콩콩 뛰어다녔겠지


침대 모서리에 아스라이 걸린

너의 전화기가 번쩍거릴 동안

상상에도 없던 가상의 조연들은


그날 밤

축축하게 젖은 가로등 아래에서

처음으로 알게 됐을

그 기분들을 나에게 안기며

하염없이 웃어 젖혔을 거야



만약에 우리가

감각할 수 없다면 어땠을까

통증의 감각은 감정으로 전달되니까

매일반 웃었을까


만약에 내가

그 웃음소릴 들어본 적 없다면

열정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었을 텐데


잘려나간 인물들의 기억은

오로지 목표로만 향해 있고

그때 생겨난 희생양은

어디에도 기록될 수 없겠지

적어도 너의 웃음소리 안에서는


결국

너와 그녀의 침대는

들썩였겠지


그 뜨거움이 가져올 앞날들을

나는 열렬히 부르짖었는데

결말이 다가와도 행복하지 않음은

이미 사사롭지 않은 생명들을

더 많이 잃었기 때문이겠지

사랑은 이해하지만

이해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어서

원망들이 나를 향하는 동안

시간의 온기는 냉랭히 식어 버렸어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잃게 한 너희를

나는 열렬히 뜨겁게 지지해

누구 하나 안아주지 않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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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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