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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3. 사이

by 온다

응시

그리고

반응한다


근육은

정지하고


영혼은

싸늘하다


우리들의 관계는

그것들의 반복이었지


너는 방패를 쥐고

나의 칼을 든 손목을 베었고

너는 나를 베면서

나의 칼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거울처럼

서로를 들여다보고 서서

부딪혀 이는 천둥번개를

피뢰침처럼 뾰족하게 잡아먹고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


그때였을 것이다


아프다는 나의 말은

너를 해치고

아프게 뱉은 너의 말은

허무함으로도 남지 않았다

눈부시게 하얀 셔츠를 입고

까만 선글라스 뒤로 나를 응시한다


뜨거운 햇빛보다

뜨겁게 반응한다


근육은

정지하고


영혼은

싸늘하다


한참을 뒤따라가 보았을 땐

쭈뼛대는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우리가

비를 맞으며,

술에 취해,

지구 반대편에서,

밤을 물리치며,

속이지 못하며,

뿌리치면서도 맴돌며


했던 모든 사랑은


너를 잊었다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는

허무함으로도

남지 않았다


남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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