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분명, 누군가 나를 계속해서 지켜본다. 딱히 무서울 건 없지만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설마, 그때 아이라도 생긴 걸까? 오래전 지방 출장 때 만난 순님이가 떠올랐다. 그러다 웃고 말았다. 에이, 생겼다한들 날 어찌 찾아와? 주소도 늘 가짜인데. 개인 사채업자도 못 찾는 사람이 나, 김종도다. 아이라니, 별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싶다. 그러다 그때 그냥 거기서 순님이랑 살 걸 그랬나, 벌써 삼십 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늙었나 보다, 살았다한들 금방 떠났을 것이다. 이놈의 방랑벽은 지독하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장거리 트럭 운전은 딱 내 적성에 맞았다. 술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고는 잦았지만 말이다. 눈감고도 가는 길이, 꼭 사고가 나려면 난다. 그걸 100% 내 잘못이라 할 수 있나? 모든 게 운명인 것을. 종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그때 그 젊은 엄마는 좀 안 됐더라. 죽을 것까지야 있었나, 찾아가 보니 아직 아이도 어리던데...
그 아이는 지금 서른이 넘었겠지 했다. 잠시 그 생각까지 했다. 눈앞에 있는 매서운 눈매의 여성은 자신이 그 아이라 했다. 엄마를 내게서 잃었으니, 내 목숨도 거두어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도 고운 제 어미와 목숨 값이 달라 계산이 맞지 않다 했다. 나머지 빚은 나의 고통으로 대신하겠다 했다.
젠장,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꿈인가? 이대로 그냥 죽는 게 고통을 덜어내는 일이라고 먼저 찾아온 신이 말했지. 어차피 꿈이라면 깰 것이고, 지옥이라면 신의 말대로 고통이 덜한 것을 선택하는 게 낫다. 종도는 이대로 당하기로 했다. 그래도 저 칼은, 너무도 소름 돋는다. 사람 키만한 대형 칼, 저 칼에 몇 번이나 베이게 될까? 차라리 단칼에 죽는 게 낫다. 하지만 칼 끝을 뱅글뱅글 돌리는 모양새가 쉽게 죽일 생각은 아닌 듯하다. 칼이 종도의 몸 이곳저곳에 닿는다. 그럼에도 종도는 생각한다.
그날 일은 사고야, 내 잘못이 아니라고!
종도는 여전히 그날 일이 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날 술을 마시지 않고, 졸음운전을 하지 않고, 신호를 잘 지키면 됐다는 것을. 전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날카로운 칼끝이 수차례 그의 몸을 통과해도 종도는 제 잘못은 느끼지 못했다. 내 잘못은 아니야, 재수가 없었지. 고통으로 몸을 뒤틀면서도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입으로는 잘못했다고 빌었다. 조금 덜 아프기 위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따윈 없었다. 그저, 아픈 게 싫을 뿐이다. 자신은 운이 나빴을 뿐인데... 왜, 내게! 김종도는 그날 그렇게 죽었다.
아, 꿈속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