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꿈 방문자 26화

고양이 앞의 쥐

by 하늘위로

지선은, 암담했다. 이제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나약하게 주저앉아버렸다. 현실에서도, 꿈속에서도 지선은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붉게 충혈된 눈이 매섭게 지선을 노려보고 있었다.


'곧, 너도 내가 잡아먹어버릴 거야.'


지선은 귀를 틀어막았다. 목소리 끝에 들리는 쇳소리, 지선은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포식자는 지선이 아닌 그였다. 지금껏 햄스터 한 마리가 광기에 사로잡혀 고양이를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거다. 결국 고양이와 마주치면 기절부터 할 거면서. 지선은 스스로가 한심하다. 두툼한 끈이 뱀처럼 다가온다. 지선을 구원해줄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 속삭인다. 둥글게 매듭을 만들고 천장에 매달고, 그 속에 고개를 넣고 하늘을 날면 천사가 될 거라고 한다. 그래, 천사가 되면 가족을 만날 수 있겠지. 지선의 의식이 점점 몽롱해진다. 그때 툭, 손끝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는다. 심장이 요동친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살짝 더듬어보니 더욱 확실하다. 토순아...


막내 고모가 놓고 간 지선의 토끼 인형이 빛을 낸다. 지선은 인형을 들어 품 안에 꼭 껴안았다. 모든 게 치유되는 기분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지선은 생각한다. 내 생각은 결코, 한심한 이야기가 아니었어, 꿈속에서는 햄스터가 고양이보다 더 클 수 있으니까. 난 꿈의 지배자야. 꿈속에서 만큼은 달라.


지선은 스스로 눈을 떴다. 커튼을 열었다. 와르르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전화기부터 찾았다.


"저예요. 지선이. 저 이제, 준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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