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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20. 2022

미술로 대학 가기


미대를 가기로 결정하다


둘째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교 코어 과목 수업에, 아트 수업으로 오케스트라와 미술 수업까지 들어, 힘든 스케줄에 지쳐가고 있었다. 바이올린 연습을 더 많이 해서 더 높은 레벨 클래스로 가고 싶어 했는데,  Drawing이나 Painting 클래스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두 개의 아트 과목을 모두 수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로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필요했다. 

Scholastic arts awards는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하는 유명한 미술, 문학대회이다. 나는 둘째에게 이 대회에 한 번 참가해보라고 했다. 둘째는 그림에도 글에도 탤런트가 있기에 한 번 시도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둘째는 사부작사부작 하나의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고, 대회에 응모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Scholastic arts awards에서 상을 받았다.

이렇게 되고 나니, 결정이 쉬워졌다. 바이올린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너무나 아쉬워했지만 결국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Drawing Class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미술대학교로 진학하겠다고 결정했다.




미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


각 미대 웹사이트에서는 입학 지원 포트폴리오에 필수적으로 넣어야 할 작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은 포트폴리오 준비를 위해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아이는 10학년 2학기부터 시작을 하게 되어서 조금 늦은 편이었다. 혼자 준비하기에는 너무 막막했다. 그래도 결정했으니 빨리 시작하는 게 나았다. 도움을 얻기 위해 포트폴리오 준비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다행히 미국에서 미술 교육으로 석사까지 하시고 아이들 미대 진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준비를 같이 해주시는 한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 선생님은 오랜 기간 이 일을 해오신 베테랑이었고, 아이는 따라가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각 미술 대학교가 공통적으로 준비해야 할 그림들에 대해 잘 알고 계셨고, 일단은 이 작품들 위주로 먼저 준비를 했다.  

                             

self-portraits (using a mirror for reference) 자화상

figure drawings 인체 소묘

object studies 정물화

still lifes and landscapes 풍경화


이 외 각 학교마다 총 10-15개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지원서 사이트인  Common App Slideroom에 업로드해야 한다. 

선생님은 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왜 이 작품을 만드는지에 대한 고찰을 충분히 해서 아이와 몇 번에 걸쳐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완성시키도록 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생각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 승화시킬지 깊이 고민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나중에 포트폴리오 아티스트 스크립트를 작성할 때 구체적으로 자세히 설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National Portfolio Day


내셔널 포트폴리오 데이라고 각 미대 입학 사정관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미대 입시생들의 작품을 보며 리뷰를 해 주는 날이 있다. 이 날, 일찍 준비해서 가면 몇 개의 미대 입학사정관들과 이야기를 하며 포트폴리오 작품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이후에 더 작품을 발전시켜 입시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내셔널 포트폴리오 데이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온라인 상으로 대학교와 시간을 정해 등록을 해놓아야만 잠깐의 미팅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얼굴을 보면서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래서 아이는 2개의 대학교와 상담을 했고, 몇 가지의 아이디어는 얻었다고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평을 했다. 


어떤 미술 대학에 지원할 것인가


미대 조사를 굉장히 많이 했다. 미국에 유명한 미술대학교가 많이 있지만 각 대학마다 뛰어나게 특화되어 있는 분야가 있다. 00에 특화되어 있는 학교에서 00을 배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를 배워 이를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여러 번 물어보았다. 그리고 몇 개의 대학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각 웹사이트를 수시로 들어가 보며 어떤 커리큘럼으로 어떻게 배우는지, 졸업생들 작품은 어떤 지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잠정적으로 몇 개의 대학교에, 어떤 전공으로 지원을 하기로 하고, 포트폴리오 준비를 했다. 




몇몇 미대의 특징을 내가 개인적으로 파악한 느낌을 소개하자면, 


RISD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공부도 잘하고, 미술도 잘해야 갈 수 있다. 미대의 하버드라 불리기도 한다. 

브라운대 옆에 있는데, 학점 교환으로 브라운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SAIC (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

모든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 1,2년 후 전공을 정하게 된다.

유명한 시카고 미술관 옆에 붙어 있어 미술관을 십분 활용한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Fine Art 혹은 Art history에 뛰어나 교수직이나 큐레이터 등의 진로로 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교.


Parsons School of Design

패션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미국 최초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학부도 만들어지는 등  최고의 디자이너 양성 스쿨.  The New School이라는 종합대학교로 거듭나면서 오히려 디자인 대학으로서의 명성이 떨어진 느낌이나 그래도 여전히 베스트 디자인스쿨.


Ringling  College of Art and Design

디즈니 월드가 있는 플로리다에 위치한 학교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3D  애니메이션에도 매진하고 있는 느낌이니 애니메이션 관련으로 진학하고 싶다면 좋은 학교.

 

CalArts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캐릭터 디자인으로 독보적인 학교. 입시에 거의 유일하게 스케치북을 우편으로 보내라고 해서 

매일매일의 스케치와 그 발전을 본다고 한다. 확실히 캐릭터 디자인을 하겠다는 신념이 있다면 최고의 학교.


SVA (School of Visual Arts)

그래픽 디자인으로 유명한 학교. 학교 방문했을 때 보았던 수십대의  I Mac 들을 보며 과연 그래픽 디자인에 진심이구나를 느꼈다. 하지만 너무 좁은 건물들이 대학교라기보다는 학원의 느낌을 주어 실망하기도 했다. 




포트폴리오 사진 촬영


포트폴리오 만들기의 마지막 과정은 사진 촬영이다. 작품 사진을 잘 촬영해서 원본의 느낌이 그대로 컴퓨터 상에서도 구현되기를 바랐다. 어떤 친구들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포토그래퍼를 고용하기도 했는데, 아이는 너무 작업이 늦어져서 어디 스튜디오를 예약하거나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집에서 아이폰 X로 사진을 찍었다. 작품을 태양광이 비치는 바닥에 놓고 사다리 위에 올라가 수십 장을 찍고, 보고 다시 찍고, 보고를 반복했다. 작품이 15개에 이르니 거의 하루 종일 이 작업을 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다시 컴퓨터에 업로드해서 색깔을 보고 다시 재촬영하기도 하고,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찍은 촬영본 가운데 베스트 2개씩을 골라 아이가 다시 보면서 최종 하나를 뽑았고, 이를 슬라이드 룸에 업로드했다.

포트 폴리오 사진 촬영은 정말 중요하다. 색깔과 질감과 느낌이 모두 살아야 한다. 여유가 있다면 스튜디오 촬영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토 수정은 안되므로 일단 원본 작품이 좋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


작품을 모두 업로드하면 이제 학생의 작품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  어떤 모티브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발전시켰고,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를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강조한 점은 무엇이고, 왜 이렇게 표현했으며, 특별히 어떤 점을 봐야 한다는 언급도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 오디오 가이드와 같이 보면서 작품의 설명을 들으면 더 이해가 잘 가듯이 여기서도 그러한 가이드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따라서 미대를 가기 위해서는 그림뿐 아니라 말과 글이 뛰어나야 더 좋다. 


에세이 


미대 지원 학생은 Common App의 공통 에세이도 작성해야 하고, 미대 에세이도 작성해야 하며,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도 작성해야 하니 작품을 하면서 미리미리 생각을 해놓는다면 훨씬 쉽게 원서 작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는 왜 미술을 시작했고, 왜 미대에 진학하려 하는 가이다. 무엇이 미술을 하기 시작한 계기였고, 어떤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무엇과 같은 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을 묘사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에세이를 위한 글쓰기 구조와 묘사 연습이 중요하다. 


미대 입학 후 1년 


아이는 전화할 때마다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자신이 미대 스타일이라고 했다. 기말 프로젝트 4개를 하면서 며칠 동안 잠도 안 자고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내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물론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만 보여줬다.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웃음이 났다. 그리고 자기 계획을 이야기했다. 적성을 찾아 진로를 잘 개척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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