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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23. 2022

미국에서는 대학교를 골라간다고?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아들은 살기 위해 먹는다고 했다. 

작년에 대학교 입학하는 둘째를 위해 조언을 좀 해주라고 했더니 이런 말을 했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한 끼라도 먹고 버티라고 했다. 뭔 소린가 했더니 큰 애는 학교 식당이 맛이 없어 한 동안 하루에 한 끼 만을 먹었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건 둘째에게 맞는 조언은 아니었다. 첫째와 같은 학교도 아니고, 학교 식당이 맛이 없는 지도 아직 모르겠고, 생각해보니 대도시에 위치한 둘째 대학교 근처에는 레스토랑도 많고, 한국 식당도 많아 선택의 여지가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첫째는 알 수 없는 억울함에 속상해했지만 어쩌겠나, 그 학교는 자신이 선택한 학교였다. 


Common App으로 지원서를 내면서 하나의 지원서 작성으로 여러 개의 대학교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10개 안팎의 대학교에 지원한다고 한다. 내 아이들은 5-6개 정도의 대학에 지원했지만 한 군데는 최소 합격을 확신하는 곳으로 골라 지원을 했다. 만약 엄격한 기준으로 정한 세이프티, 매치, 리치 스쿨에 골고루 원서를 냈다면 이 가운데에서 최소 한 군데 이상의 대학 합격 레터를 받게 될 것이다. 첫째는 2 군데 학교에서 합격을 했고, 둘째는 5개 대학교에서 합격 레터를 받았다. 자, 이제는 학생이 선택하는 시간이다. 마치 보이스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 가수 지망생이 여러 명의 심사위원단 선택을 받자,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자신이 심사위원단 중에 한 명의 멘토를 선택하는 시간처럼 말이다.   

한국은 SKY, 서성한… 순의 학교 랭킹이 있어 여러 학교에 합격하면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는 아마 학교 랭킹에 따라 대학교를 정할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국은 다른 것 같았다. 자신이 진학할 대학을 고르는 이유는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로 많이 달랐다.


그중에서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학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랭킹이 높은 유명 사립대에 합격한 경우, Out of State라고 해도 그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비싼 학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학비를 생각해서 In State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첫째의 친구 중 하나는 다른 주의 유명 사립 대학도 합격했지만 인 스테이트 대학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가 학비 때문이었다. 결국 주립대를 가는 학생들 가운데 아이비에 버금가는 학교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립대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결코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경상도에 사는 학생이 연고대 합격했으나 학비가 없어서 장학금을 많이 주겠다고 한 경북대 입학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은 사립대와 주립대 한 해 학비가 몇 천만 원 차이가 나니 그럴 만도 했다. 둘째의 친구 한 명도 스펙이 굉장한 아이였는데, 주립대를 갔다. 대학 장학금과 외부 장학금을 아주 많이 받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적 이유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대학교를 선택하기도 했다. 


영어 선생님의 아들은  Boston University (2022 US News Ranking #42)와  CU Boulder  (2022 US News Ranking #99) 중에  CU Boulder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유는 보스턴 유니버시티가 너무 도시에 있어 자연이 너무 멀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트레킹 하고, 스키 타기에 아주 좋은 콜로라도 주립대가 더 좋다고 했단다. 선생님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고 했다.   

학교 선택의 고려사항으로 중요한 조건은 위치이다. 

그리고 그 학교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는 날씨와도 연결이 된다.  학생들은 날씨가 좋은 지역 학교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명문 사립대는 추운 곳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추운 날씨 적응을 강제로 하게 되기도 한다.  성향에 따라 도시에 있는 학교 또는 시골에 오롯이 캠퍼스가 있는 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도시에 있는 학교는 학교 바깥의 도시 생활을 즐기기에 편리하지만 학교 공부에만 오로지 집중하는 데에는 좀 힘들 수도 있으며, 따로 용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시골에 캠퍼스가 있는 경우에는 캠퍼스 생활을 더 즐기고, 학교 공부와 대학 내의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동네 한 아주머니는 일부러 아이를 주립대학교로 보냈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슨 일이 있을 때, 빨리 가 볼 수 있기 때문. 자식이 아들 하나였기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시킨 후 연락이 오면 30분 내에 바로 아이 학교, 기숙사로 달려가겠다고 했다. 


대학교 위치와 집과의 거리는 미국에서는 필수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인데 몇 시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인지, 아니면 직항이 있는지 등이 중요한 선택의 조건 중 하나이다. 직항이 있다고 해도 미국 국내선 비행기는 워낙 변경이 잦고, 결항이나 연착이 많아서 잘못하면 집에 오는 길이 너무 먼 길이 될 수도 있다. 지난번에 아들도 집에 오는데 직항 비행기가 없어져서 다른 곳을 들렀다 오는 비행기로 바꾸고, 여기에 따라 대기 시간도 있고 해서 원래는 직항 4시간 거리가 9시간이 넘는 거리로 늘어났었다. 이 때문에 4시간 운전해야 하는 거리라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대학교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아이 학교가 있는 곳으로 아예 가족 전체가 이사를 가는 경우도 보았다.


내가 아는 한 K-POP 마니아 학생은 버지니아에 사는 학생인데, 한국어 공부도 엄청 열심히 하고, 한국 여행도 다녀오고 하더니,  한국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하와이 대학교 한국학센터로 진학을 결정했다. 이곳은 “Korean for Professional”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합격하면 고려대학교에서 1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 Center for Korean Studies (Source from L)


원하는 전공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는 당연한 일인데, 한국학 공부를 위해 미국 동부에서 하와이까지 가는 길을 선택했다니 정말 대단하다. 


정말 개인적인 이유로 학교를 선택한 경우도 보았다.


내게서 한국어를 공부했던 한 학생은 베트남에서 입양되어 온 아이였는데, 유타대학교를 선택했다. 나는 왜 유타대학교를 가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 송도에 유타대 캠퍼스가 있어 1년 동안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학비가 더 저렴하고,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기회가 되면 베트남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입양되어 왔으니 대학교부터는 자립해서 부모님께 되도록 손 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이 학생의 앞 날을 응원한다. 


이 밖에 미국에 도는 루머 중 하나는 틴에이저 딸들이 되도록이면 엄마와 멀리 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Out of State 대학으로 간다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이다.  


그리고 이건 학교 선택의 중요한 조건은 아니지만 삶의 질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인데, 그것은 바로 '음식'이다. 학교 투어를 가면 식당을 보여주며 학교 식당에 어떤 메뉴가 나오며, 맛이 어떻다고 평가되며, 이벤트로 어떤 메뉴 데이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을 들여 소개한다. 먹는 즐거움이 있어야 학교 다닐 ‘맛'이 날 것이다.  한국 아이들 가운데 최소 3일에 한 번 정도는 한식을 먹어야 하는 '한식파' 학생들은 학교 식당에 한국음식 메뉴가 있는지 혹은 학교 주변에 한식당이 있는 지를 미리 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1학년 때 학교 식당이 맛이 없어서 잘 먹지 못하던 첫째는, 요즘에는 한국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한식을 30% 할인된 가격으로 사 먹는다. 이렇게 해결방법을 찾으니 한결 생활이 편해 보였다. 


대학교 선택에 있어서 어떤 것이 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인지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본인이 책임질 문제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이 많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닥칠 그들의 독립을 예감한다. 이제는 내가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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