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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글 May 23. 2022

엄마들의 관심은 끝이 없다

Epilogue


첫째를 Out of State 대학교에 보낸  나는 아이가 잘 지내는지, 학교에 적응은 잘하는지, 친구들은 사귀었는지, 기숙사 생활은 괜찮은지, 학교 식당 식사는 맛이 있는지, 빨래는 잘하고 다니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너무 많았다. 더구나 코로나로 대면 수업이니 온라인 수업이니 말이 많았을 시기였다. 자칫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많았었다. 그런데 나의 이 갈증을 한 번에 풀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곳을 찾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FaceBook Parents Group.

이곳에 조인한 부모들은 정말 굉장했다. 학부모들은 이곳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고, 다른 학부모들이 대답을 해 주었다. 학교에서도 이 SNS를 관리하고 댓글 대답도 해 주며, 필요하면 홍보도 했다. 입학을 결정한 학부모들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누구 엄마라고 소개를 했다. 기숙사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준비물 리스트를 공유했고, 질문할 경우 어디에서 샀다고까지 알려줬다. 학교의 여러 개 기숙사 가운데 어디가 좋다고도 이야기했고, 기숙사를 들어가는 날의 프로세싱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히 알려주기도 했다. 기숙사 들어가는 날, 아이를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느낀 복잡하고 슬픈 감정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고, 댓글로 서로 위로하기도 했다. 같은 처지의 엄마들은 질문에 대답도 친절히 해주고, 자신이 직접 대학 사무실에 전화 걸어 알아낸 점을 공유하기도 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곳에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루트였다. 학교 내 사건 사고가 생겼을 경우에도, 이곳에서 자초지종을 알 수 있었으니 한 마디로 어메이징 한 클럽이었다. 궁금증 해소가 되니 나도 조금은 걱정을 놓을 수 있었다. 

1학기가 거의 끝난 무렵이었다. 한 엄마가 성적에 관해 질문을 했다. 


엄마 A : 성적은 언제 나와요?

엄마 B : 벌써 다 나왔어요. 확인해 보니 우리 아이는 평점이 0.00이더라고요. 학교 웹사이트에서 봤어요.

엄마 A : 학교 웹사이트에 어떻게 들어갔어요? 

엄마 B : 우리 아이 아이디와 비번을 알아요. 아이가 공유했어요.

엄마 A : 아이가 아이디 비번을 공유했다고요? 그게 가능해요?

엄마 B : 당연하죠. 내가 걔한테 이렇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주는데요.


그 밑에는 댓글이 주르르르 달렸다. 

미국에는 FERPA(The 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라고 해서 

학생이 18세 이상이 되면 가족은 학생의 동의를 얻어야 학사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는 법이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부모라 해도 아이의 성적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학교는 FERPA에 따라  학생에게 부모가 성적을 열람해도 되는지 동의하는 서류 양식을 주고 사인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엄마는 가뿐히 그런 법을 뛰어넘어 아이디와 비번을 아이에게 공유받아 웹사이트를 마음대로 들락거렸다 보다. 그래서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은 FERPA에 관한 이야기, 이제 18살인데 스스로 성적 관리를 하게 하라는 이야기부터 내가 내는 등록금이 얼만데 나도 이 엄마에게 동의한다는 글까지 갑론을박이 백수십여 개 이어졌다. 

사실 이 페어런츠 그룹 글 가운데에는 어느 수업의 교수가 수업을 어떻게 해서 아이가 힘들어했다는 글, 어느 수업을 아이가 너무 어려워한다면서 튜터를 구한다는 글도 있었다. 헬리콥터 맘이 생각났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한가지다. 그런데 뭐든지 넘치면 그게 사랑이 아니라 간섭과 포박이 되니 그 선을 지키는 게 참 힘들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엄마의 지나친 방문과 문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생님을 찾아와 문제를 극복하려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엄마가 말해볼까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선생님과 이야기할 테니 엄마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정말 엄마가 개입해야 할 타이밍이 오면 그때는 내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대학생들 엄마들의 모습은 예상과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여전히 식지 않은 엄마들의 관심에 뜨거운 불덩이를 삼킨 듯 화끈거렸다. 그렇다 엄마들의 관심은 끝이 없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 사랑하는 자식이기에.


 조금은 놓으려고 시작한 글이다. 정리를 좀 해야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보를 주되 철저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로만 정리해보았다. 그것이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정보이므로, 여기 글들은 카더라 정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단지 이와 같은 경험이 대중적이지 않아 거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구수만큼 다양한 인생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며 넓은 시야로 여기 글들을 보며 배움의 길을 살핀다면 새롭게 혹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면서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 미래를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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