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2학년 18살이 된 해, 나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되었다.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버거,치킨전문점 ‘파파이스’에서 내 인생의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다. 내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을 하고, 일을 배우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설레였다. 하지만 현실은 내 생각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시급이 매우 낮을 때였다. 열심히 일하고 받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더구나 일을 처음 배우는 입장이였기에, 능숙하게 일하는 선배들에겐 눈엣가시 였을 터, 기가 쎈 선배들의 눈치를 보면서 긴장감과 압박감 속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나마 친구가 함께였기에 버티며 몇 달을 일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 점심 메뉴는 선택권 없이 늘 정해져 있었다. 햄버거 세트였다. 그 당시의 난 햄버거 세트가 너무나 맛있고 좋았지만, 다른 알바생들은 매일 먹어 질리기도 하고, 이곳에서 일하며 살이 많이 쪘다며 싫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번 좋다고 신나게 먹은 햄버거와 프렌치 후라이, 콜라가 성장기인 내 몸엔 안 좋았을 텐데 철이 없었나 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하교 후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기에 바쁜데, 나는 공부에 열의가 없었기에 그 시간 동안 차라리 돈을 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용돈이라도 버는 것. 그것이 우리 부모님에게도 효도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나름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직접 돈을 번다는 사실을 상당히 뿌듯 해 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역시 일은 일.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일하는 그 순간이, 지금 떠올려보아도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혹여나 실수라도 할까 봐 걱정하며 선배들의 눈칫밥을 먹는 것은 기본이요, “어서오세요, 파파이스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등의 인사를 큰 목소리로 수도 없이 해야 했기에 목도 아팠고, 테이블과 바닥을 열심히 닦고 또 닦아야 했다. 다 먹고 난 뒤에 치킨을 담는 바구니째 쓰레기통에 버리는 고객들이 많았기에, 쓰레기통을 뒤져 바구니를 꺼내 닦아야 했다. 포스로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할 때면, 혹시라도 실수해 잘못 계산 할까 봐 두려웠다. 신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역시,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는건가?’ 싶었다. ‘이래서 어른들이 공부할 때가 제일 행복할 때라고 말씀하셨나 보다.’ 생각했다. 나는 그 사실을 일찍이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도 나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 보았다. 강남역에 위치한 차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해보기도 했고, 20살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학업과 병행하여, 사람이 많은 명동에 위치한 요거트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전통 찻집, 여성 의류매장에서 일해보기도 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일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버스에서, 전철에서 꾸벅꾸벅 졸던 일이 떠오른다. 한 번은 전철에서 서 있다가 너무 졸려 잠들었는지,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면서 깜짝 놀라 일어났던 일도 있었다. 내 앞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웃었던 여학생이 떠오른다. 부끄러웠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열심히 살았던 내 모습이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이다.
내가 일했던 곳 각각 다양한 부분에서 때론 울고 싶을 정도로 많이 힘들고 지치기도 했던 순간들이였지만,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몸소 깨닫게 해준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들이였다. 나는 그렇게 또래보다 조금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친구들에 비해 내 인생에 대한, 돈에 대한 개념이 보다 일찍 잡힌 것 같다. 나는 20살 성인이 된 후로는, 살아 가는데 있어 필요한 자금은 내가 알아서, 내가 일해서, 내가 벌어서 사용해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자리잡혔다. 그래서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으로 사용하고 등록금에 보태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경제적으로 일찍 독립 하고 싶었고, 그 방법중 하나로, 결혼을 빨리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