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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재 Nov 30. 2020

Ep.3 청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宽窄巷子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내 생에 첫 해외여행지 중국.


나는 그중에서도 맵고 얼얼한 맛 '마라(麻辣)'로 유명한 청두(成都)에 있었다.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던 그곳. 지금은 이렇게 오롯이 사진 한 장과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 끄적이는 몇 자에 기대고 있지만, 이조차 할 수 있어서 나는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오늘 내가 다녀온 곳은 청두(成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널리 알려져 있는 콴쟈이샹즈(宽窄巷子). 한자를 한글로 있는 그대로 읽으면 '관착항자'라고 불리는 곳이다.

티엔푸광장(天府广场)

콴쟈이샹즈(宽窄巷子)는 티엔푸광장(天府广场)에서 약 2km 곳이었다. 청두(成都)라는 도시도 중국 내에서 4-5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하철이 있기에 어딜 가든지 지하철을 타고 편리하게 이동하면 됐지만, 콴쟈이샹즈는 청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명성과 걸맞지 않게 바로 도착하는 지하철 역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또 다른 관광지로 유명한 티엔푸광장에서 내려 이곳을 즐기고,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콴쟈이샹즈로 향한다. 나도 별반 다를 바 없는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Share Bike를 이용했다. 중국은 Share Bike 시스템이 워낙 잘 구축되어있고, 이용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당시 한 시간에 1元=173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사용한 후에는 내가 도착한 그 자리에 놓고 가도 되는 장점이 있다.

사천 과학기술관(四川科技馆)

티엔푸광장 맞은편에는 사천 과학기술관(四川科技馆)이라는 거대한 건물도 있었다. 내 기억에는 이곳을 도서관(图书馆)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방문해보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엄청 깨끗했고, 조그마한 스타벅스가 지하에 있던 게 기억난다. 스타벅스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가격차이는 별반 없었다. 그래도 타지에서 처음 먹는 흑색 커피는 역시 스타벅스라는 생각에 한 모금 거하게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서둘러 콴쟈이샹즈로 이동했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가 아닌 내 두 발로 네모난 페달을 밟으며 모든 걸 신기해하는 아이처럼 두리번두리번 신나게 달렸던 것이.


누군가에겐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이 소소한 경험이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른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비록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었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이 마음이 통해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여행이라는 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워낙 나라가 크기 때문에 도로와 도로 사이도 꽤 넓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도 워낙 잘 되어 있었다. 그 넓은 도로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택시가 아닌 버스가 아닌 자전거를 이용하는 건 돈이 아까워서 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온몸으로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느껴보고 싶어서가 않을까?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와 치일 뻔했지만 창문 너머로 미안하다는 버스기사의 인사도, 횡단보도 앞에 서서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건너편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가는 재미까지. 늘 내 곁에 있던 순간들이 환경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경험이 되는 순간이었다.

빠르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가는 친구 녀석 때문에 되려 나도 땀을 뻘뻘 흘리며 드디어 콴쟈이샹즈 입구에 도착했다. 콴쟈이샹즈는 입구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입구엔 자전거를 박제해 놓은 포토존이 있었다. 내가 콴쟈이샹즈를 처음 방문했을 땐 이곳의 유래라던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간단한 질문조차 중국어로 표현할 수 있던 실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왜 이곳에 자전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이중섭 화가의 '황소' 느낌이 물씬 났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나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아마 이곳이 알려지기 전 소학교를 다니던 한 소년이 힘든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우유배달이며, 신문배달이며 그리고 편지 배달까지. 결국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전거를 팔아넘긴 게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혼자 슬픈 마음을 머금고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참 이상하다.

모퉁이를 돌았다. 내가 내뱉은 첫 한 마디는

"와! 진짜 너무 예쁘다."


콴쟈이샹즈(宽窄巷子)에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옛 청나라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이곳, 콴쟈이샹즈. 어쩌면 당연하게도 세련되게 구석구석 리모델링한 모습이 눈에 띄긴 했지만, 군데군데 숨은 옛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간직한 게 내 눈을 가장 즐겁게 해 준 포인트였다. 지금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당시엔 좁은 이곳의 길을 수백, 수천 명이 몸을 비집으며 걷곤 했다. 나도 한 손으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냐 한 손으로는 사람들 사이사이를 헤집고 나아가느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늦은 3월이었지만, 날씨가 꽤 더웠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날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기억도 나는데 이날은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많이 더웠다.

청나라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살았을까? 중국 무협 영화에만 나오던 장면들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다. 얼핏 보기엔 전통시장 같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느꼈던 건 이곳은 그냥 마을이었다. 자신들의 인생을 팔고 있던 곳이었다. 대대손손 그렇게 살아온 듯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부터 많은 형제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수단. 몇 백 년에 걸쳐 갈고닦아  그 자리에서 화려하지만, 절대 지나치지 않은 그들의 삶을 담고 있었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도 있었다. 가장 눈에 뜨였던 건 바로 '회오리감자'. 아마 나를 비롯해 2030 세대라면 회오리감자를 보고 그냥 지나치진 않을 것 같다. 우리의 학창 시절 교문 앞에서 조그마한 푸드트럭 아저씨가 감자를 살살살 돌려 깎아 그림에 퐁당. 그리고 바삭하게 익힌 감자를 설탕 혹은 치즈가루에 듬뿍 묻혀 우리의 지갑을 가볍게 했던 이 녀석. 중국에 사는 학생들도 그런 추억 하나쯤은 있나 보다. 비록 치즈가루는 없었지만, 이 세상에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설탕은 있었다. 그래서 되지도 않는 바디랭귀지로 동그라미를 여러 번 크게 그렸다. 이렇게 외치면서.


"설탕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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