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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재 Jan 29. 2021

Ep.9 청두 춘시루(春熙路)의 뒷골목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2018년 04월 26일 네이버 블로그에 '청두 춘시루(春熙路) 뒷골목 파헤치기'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일기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쓴 글을 곱씹어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정말 겁이 없었구나.'였다. 이 험한 세상을 도전정신 하나만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스물여섯의 나.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좀 더 디테일하게 나의 필력 한 방울을 떨어뜨려 함께 살펴보자.


나는 항상 그랬다. 그때그때 가고 싶은 곳을 갔고,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세계 어느 곳을 가도 그 지역 전부를 살펴보는데 까지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리니까. 그중에서 나는 화려한 도시 뒷면에 그림자 드리우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을 살펴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처음엔 치안이 좋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보통 대도시들은 치안도 괜찮고, 어느 정도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에 한시름 놓았던 기억이 난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선보였던 사진.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밤늦게 찍었던 사진이라 색감이 엄청 예쁘게 나왔었다. 그 사진 속 배경인 춘시루(春熙路). 이곳의 낮은 이랬다. 춘시루는 항상 사람이 너무 많고, 자동차 엔진 소리부터 자전거의 따르릉 거리는 벨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가끔씩 왜 이리 사람이 많지 싶지만, 알고 보니 이곳은 중국이었다.

흔히 춘시루(春熙路)하면 IFS백화점과 이세탄백화점 그리고 실버빌딩 정도만 알고 있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발길을 옮겨 백화점 뒤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중국스러운 모습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곳도 한국인 입장에서는 해외인지라 관광지를 찾고, 랜드마크 정도만 돌아보기 일쑤겠지만, 나는 4개월 정도 체류할 수 있는 교환학생 신분이었기에 감사하게도 자유로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이세탄백화점 뒤를 돌아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가게이다. 카페에서 일할 때, 언제나 바닐라 셰이크에 올라가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고급진 맛의 하겐다즈였다. 춘시루에서의 하겐다즈도 역시 너무 비쌌다. 결국 난 서민이라 사 먹지 못했다. 맛은 참 있는데 가격이 착하지 않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뒷골목이라고 해서 읽는 사람들이 너무 외진 곳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뒷골목이라고 해서 허름한 가게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에 비유해보면 '시내'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시내라고 말은 했지만, 중국은 워낙 대륙이기에 높은 빌딩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대도시 느낌을 지울 순 없었지만, 그래도 참 신기했다. 같은 곳에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한국이나 중국이나 그렇게 다른 점은 없는 듯한데, 단지 해외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새롭다. 나라는 인간은 참 웃기다.

골목을 걷고 있는 나에게 고소한 냄새가 내 코 끝을 찡하게 했다.


"땅콩을 볶는 냄새인가?"

"호떡 냄새인가?"

"이 기름진 냄새는 뭐지?"


라는 무의식적인 내 몸의 반응으로 온 곳은 아직도 어딘지 모르는, 길거리 음식점이었다. 처음엔 길거리 음식점이 나열되어 있는 거리인가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골목상권을 꽉 잡고 있던 가게는 오직 하나, 이곳이었다. 중국판 팬케이크처럼 보였던 이 음식의 이름은 사장님께 들었지만, 기억은 안 난다. 뽀얀 밀가루 반죽에 잘게 잘게 다진 고기 덩어리를 한 움큼, 야채를 한 움큼, 마지막으로 소스를 한 국자 휘리릭 돌려 뿌려주면 끝. 그 후 돌돌 말아서 스냅 랩처럼 돌돌 말아 불판에 굽는다.

가격은 1개에 5위안(800원 정도). 두툼한 크기에 비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나도 지갑 속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현금 한 장을 꺼내 사 먹어 보았다. 식감은 굉장히 쫄깃쫄깃했지만, 고기로 만든 소가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중국 향신료의 맛이 엄청 강렬하게 다가와서 그런지 몰라도 한 개를 전부 먹진 못했다. 제조과정이 너무 화려해서 맛을 꽤 기대했는데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세상 이곳저곳의 다양한 맛이 있구나 정도의 경험치를 쌓았으니 됐다.


그래서 재밌다.


여행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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