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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정 Aug 08. 2022

부엔 까미노 오늘 하루

다시 여행

야간기차로 마드리드(Madrid). 비행기로 파리 (Paris) 이동.

   야간 기차는 달리고 달려서 아침 나절이 되어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간밤에 지친 우리는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으로 스페인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해보려고 했으나 그 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근처에 눈에 띄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마무리했다.

   파리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는, 어제서야 극적으로 마련된 파리의 보금자리로 이동했다. 예약했던 숙소가 여행중에 취소가 되는 상황에서 마지막에 극적으로 대학교 선배님 가족과 연결되었고, 마침내 선배님댁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주셨다. 선배님은 취소된 숙소에서 내 짐을 옮겨 주시기도 했다. 세 아이들에, 손님에, 또 우리까지 가면 대가족이 따로 없는데도, 선배님 내외는 우리를 기꺼이 기쁘게 맞아 주셨다. 우리를 정성스럽게 식구로 받아주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우리의 여독을 풀어 주셨다.

   감사한 마음을 어찌 다 말로만 표현할 수 있으랴. 두고두고 갚아야 할 은혜였다. 이 밤 여행자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했다.



다시 또 혼자.

   영준은 공항으로 나는 이스트역으로 이동하며 한달여의 동행을 마쳤다. 나는 먼저 도로테아의 집으로 가기 위해 슈트트가르트를 거쳐 로이틀링엔에 도착했다.

   도로테아와 호르헤를 다시 만나다니. 정말 로이틀링엔에 다시 왔다. 정말 왔다. 그렇게 오고 싶어했던 로이틀링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위 아래 옆집에 사는 이들과 우애를 나누었었다. 독일사람 한국사람 데만사람 태국사람. 우리는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들을 독일 땅에서 만나 우애를 다졌었다.

   도로테아의 70세 기념일을 맞아, 서울에서 선물을 준비해왔다. 그녀는 메밀배게를 원했었다. 그래서 인사동에서 베게를 준비해갔고, 내 노래를 들려 드렸다.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내집처럼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떠나는 날에는 도시락을 싸서 기차역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첫 번 산티아고 여행때 용돈을 쓰윽 챙겨주셨던 우전도사님 가족, 어학원 동기 아만다 가족도 만났다. 만나고 싶었던 이들을 어제 헤어지고 다시 만난듯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또 반가이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고 쉼을 얻고 왔다.

  사람을 만나러 갔고, 그들의 삶의 한 자락을 듣고, 그 삶의 곁에서 잠시 그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여행이었다. 내가 선택한 이 번 여행이 내게 무엇을 줄 것인지는 이 모든 순간 순간에서 알게 될 것이었기에 나는 그 모든 순간에 감사할 뿐이었다.



파리(Paris) 걷기

   파리의 선배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세 명의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들고.

   선배님은 어떻게 나온 시간인데, 파리(Paris)를 다른 여정에 비행기 타고 나가는데만 사용하냐며 시간 조율을 권했었다. 그래서, 미숙의 집에서 조금 더 빨리 나왔다.


   아침에는 이곳 식구들이 바삐 움직이는 대로 나도 함께 움직였다. 막내딸의 학교 등교를 함께 했다. 선배님이 아침마다 가는 바(Bar)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잠깐의 담소를 나눴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여유를 갖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했다. 선배님의 여유로운 시간까지 함께 하면서, 이들의 일상을 잠깐 맛볼 뿐이었지만 그것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그녀가 일터로 향하면 나는 종일 파리 시내를 걸었다. 집에서 일단 지하철을 타고 몽마르뜨를 가서 거기 부터 걷고 또 걷고 에펠탑을 지나 집까지 왔다. 또 하루는 운하까지 지하철로 이동을 하고는 노틀담을 거쳐 또 집까지 걷고 걸었다.

   파리를 구석구석 걸어보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첫 파리 여행 때, 나는 유럽중에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으로 파리를 꼽았었다. 선배님이 있는 것 말고는 도무지 이곳 사람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는 완전히 바뀌었다.

   나무로 되어 있는, 예술가들이 많은 다리에도 오래 앉아 보고. 기타를 매고 나가서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앉아 흥얼거리며 노래도 불렀다. 산티아고와는 사뭇 다르지만, 그저 내 흥에 겨워 노래했다. 운하에도 홀로 앉아서 빵 한 조각을 먹으며 오래 앉아서 그곳을 즐기고 노래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루종일 걸어도 신기하게 지루하지 않았다. 발도 아프지 않았고, 또 하나 하루 종일 걷는데도 목이 아프지 않았다. 매연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 많은 사람과 차들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걷는 동안 전혀 힘들다고 느끼지 못했다.

   걷는 내내 머릿속이 꽉 차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걷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파리에 다시 와서 들어야 할 것이 무엇이었는지, 선배님과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알게 되었다.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선배님의 말을 통해 들었다. 그분의 말씀이라 여겼다.



삼무곡 출근.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지 이틀만에 학교로 올라갔다. 현곡(대표 선생님)도 일찍 올라오셨다.

   여행을 마칠 즈음 부터, 줄곧 생각했다. 현곡이 내게 어떤 말씀이든 하게 되신다면 그대로 르리라고 말이다.

   차를 마실 , 그동안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바로 그것. 파리의 선배님이 하셨던  말씀을 전달 받았다. 나는 여기 삼척 삼무곡을 떠나는 날을 상상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앞에서 현곡께서 말씀하셨다.

   헤이리로 가자.

   두 말 하지 않았다.

   네.



다시 여행.

   나는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고 자부했다. 가진 것도 많지 않고 가지게 될 것 또한 많지 않아서, 내 안에 울림에 따라 아브람처럼 떠나는 것에 자부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바로 본토 아비집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본토 아비집은 습관과 관습만이 아니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아브람처럼 떠날 때 거기 남겨 두는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것, 잘 맞는 사람, 사랑하는 그 터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나이 마흔에 삼무곡을 만났다. 그래서 삼무곡을 떠나, 또 다시 새로운 어떤 장소에서 새로운 시작,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계획을 하지 않았으니 너무나 당연했다. 그렇더라도 혹여 삼무곡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은 내 마음에 어떤 큰 울림일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을 뿐이었다.

   여행, 떠남. 이것이 가장 어려운 것은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마칠 당시만해도 나는 내가 왜 떠나야 하는가 라고 반문했던 것 같다. 떠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떠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왜 떠나야 해 라는 질문이 생기며 괜히 나만 마음이 아프고 뭔가 힘이 빠지고 나를 괴롭게 만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본토 아비집. 내게 익숙할 뿐 아니라, 내가 가장 의미있는 곳으로 두고 평생 살아야 할 곳이라 생각했던 곳을 이제 떠날 수도 있고 또 떠나도 괜찮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떠날 수도 있지 라고 했던 나의 생각을, 현곡의 입을 통해서 다시 들었을 때 나는 정말 두 말 하지 않았다. 단숨에 “네” 라고 대답했다. 너무나 웃음이 나왔다. 이럴 수가.

   헤이리에 삼무곡 공간 지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삼무곡 가족이 아닌 것이 아니라, 삼무곡의 또 다른 공간에서 내가 살아가는 것이었다. 장소를 이동할 뿐 삶의 모양은 여전히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새로운 터로 가서 새로운 내 삶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내가 계획한 바가 아닌 것에 그저 순종해 본다. 내가 혼자 하나의 공간을 가꾸고, 놀고, 삼무곡에 대해 전하는 것이다. 떨리는 여행이다.

  

   나는 지금 다시 여행을 떠난다. 나는 먼 곳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탈 때, 항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라는 마음으로 떠난다. 죽음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말이다. 이제 어디에서든 또 떠날 수 있어라는 마음 하나 더해 본다.

  그래도 괜찮아. 어디든 괜찮아. 언제나 난 혼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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