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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정 Aug 08. 2022

부엔 까미노 오늘 하루

까미노 데 산티아고 도전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행복한 여행길입니다.

   이 길은 스페인 국내에서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말합니다. 간략히 말씀드리면, 유럽의 많은 지역의 집 앞에서 시작하여 예수의 제자 야곱(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다고 여겨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걷는 길을 말합니다.

   말씀드렸듯이, 많은 지역의 집 앞에서부터 걸어서 갈 수 있도록 노란색 화살표나 가리비 모양으로 길을 안내하는 표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국내에서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이나, 솜포르트에서 시작하여 서쪽 끝까지 걷는 길이 유명하며 약 900km에 달하는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이후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 데에 동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톨릭의 성지로 알려진 만큼, 각국의 카톨릭 신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걷다 보면 알게 되겠지만, 아시아인은 거의 없습니다. 제가 걸었던 두 번 모두 아시아인은 한국인이 제일 많았고, 중국인, 일본인, 싱가포르인 등을 한 명씩 만났었습니다.

   스페인은 물론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아일랜드, 브라질, 미국 등지에서  친구들을 만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들은 모두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기로에 있을 ,  오랫동안 걷는  길을 지금 아니면 못할까  경험해 보고 싶어서, 결혼 전에 애인과 둘이하는 여행으로, 가족 여행, 성지순례 등의 이유로 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때를 맞아  길에서 무언가 답을 얻고 싶은 이유가 있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러니 다들, 에너지가 좋습니다.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입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점점  많이 진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혼자서 시작하지만, 끝에는 반드시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되더구먼요.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혼자서 걷겠다고 준비했던 첫 여행도, 두 번째 여행 때도 저는 결국 많은 친구들을 얻게 되었지요.

   혼자 걷는 동안 나만의 생각에 몰입할  있고, 같이 걷는 동안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먹는 것이 그냥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걷는 것이 그냥 걷는 것이 아니고, 마시는 것이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더군요.

   문화적인 충돌과 교류로 인한 재미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사람이니까 사람이라서 서로 아끼고 보듬고 챙기고 보살피는 것이 따뜻했고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엔 까미노. 늘 하는 이 인사. 이 인사가 넘치는 곳. 그저 걷고 그저 먹고, 그저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보살피는. 사랑이 넘치는 이 길은 에너지가 좋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오는 이들이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40여 일간의 여행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고려할 것이 있다면 가벼운 배낭일 것입니다. 유럽여행을 함께 즐기실 것이라면 가방이 작을 수는 없겠지요. 그러니,   정도를 준비하셔야  텐데, 처음부터 가져가신다면, 비행기를 들고 나는 도시에 맡길 곳을 정하고 거기에 짐을 두고 배낭만 매고 산티아고 여행을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도착 도시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짐을 맡겼었습니다. 아니면, 필요하신 시점에 현지에서  가방을 구입하시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걷는 동안 배낭을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적게 들고 가는 것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챙기는 것입니다.

   가을에 걸었던 저는 입고 있는 옷을 제외하고 속옷, 양말,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는  벌씩 챙겼습니다. 그리고 긴바지, 긴소매 티셔츠, 얇은 점퍼는  벌씩 챙겼습니다.    

   긴소매는 저녁나절에 필요합니다. 만일 계절을 가을 겨울로 하시거나 이른 봄에 하신다면 저하고 반대로 긴소매, 긴바지, 카디건, 도톰한 셔츠나 조끼를  벌씩 준비하시고 따뜻한 점퍼를 준비하시면   같습니다.

    낮에 입으셨던 옷은 간단히 빨래하시고, 저녁에 갈아입는  옷은 편안한 것으로 하셔서 주무실 때도 입고 계시면 되니까 많은 옷이 필요 없습니다.

   손빨래 가볍게 하시면 되니까, 옷은   있다면, 가벼운 등산용 저렴한 옷으로 준비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말라서 한나절이면 마릅니다. 마르지 않은 양말이나 속옷은 다음날 가방에 매달고 걸으셔도 좋지요.

   숙소에서는 슬리퍼나 샌들을 신으시면 발이 편합니다. 일단 신발을 벗으시면 발이 부어서 신발 신기가 힘드실 거예요. 동네 한 바퀴 구경하실 때도 편하니, 미리 구입해 가시거나, 그곳에 가셔서 싼 것을 구입하셔서 신으시다가 버리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판초는   것으로 구입하셔서 가방까지 넉넉히 덮을  있는 것으로 준비하셔요. 저는 가서 구입했는데요, 그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가격이 여기서    있으니까 편한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어떤 분은 우산을 쓰고 오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1회용 우비를 사용하기도 하셨어요.  가지 모두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바람이 세서 1회용은 찢어지고요, 우산은 날아갑니다. 갈리시안 지방에서 저는   모두 비바람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겨울이라면, 판초는 찬바람과 눈에도 물론 훌륭한 바람막이입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작은 수첩과 핸드폰이면 충분할 테니까, 랩탑 종류는 없어도   같습니다. 기록을 남기시는 방법은 각자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친구들과 기념샷 남기시고요. 알베르게에 가시면, 다른 데서는   없는 장면들이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배낭, 신발, 양말, 빨래, 요리  재미있고 진기한 것들이 있을 때가 있으니까요.

   매일 일상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매력적인 색깔의 동트는 하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노을, 쌍무지개, 달빛 풍경, 예쁜 들꽃, 멋진 들판, 아름다운 건축물을 놓치지 마세요. 좋은 여행 엽서를 만드실  있습니다.

   그 외에 세면도구, 화장용품 등이 있겠지요. 세면도구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는 첫 여행 때는 각 용품들을 작은 용기에 담아서 가져가서 조금씩 사용하고 모자란 것은 중간에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일회용으로도 가져가고요.

  두 번째 여행 때는, 세숫비누 하나와 칫솔 하나만 가지고 갔습니다. 세수 비누로 빨래도 빨았습니다. 치약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빨래를 할 때는 세숫비누로 하거나, 알베르게에서 비누를 빌어서 쓰거나, 세탁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빨래 비누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비누를 다 쓰고 나서는 그나마도 물로만 씻었습니다. 물로만 씻어도 충분합니다. 이 경험을 미리 해보고 싶으시다면 설악산이나 지리산 종주를 해보시면 가능합니다. 산에서는 치약과 세제 일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3박 4일 정도의 종주 동안 샤워도 멱도 감지 않고 지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씻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로 깨끗이 두피를 비비고 머릿결을 두 번 정도 빗질로 씻어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처음엔 어렵지만, 두어 번 하시면 습관이 되어 괜찮아집니다. 두피나 머리카락에 유분기는 시간이 지나면 분출하는 정도 또한 스스로 조절되는 것 같습니다.

   가방이 가벼워서 걷기에 적당해도, 멋진 자연 풍경이 매력적이어도 눈물 나도록 힘든 구간이 있습니다. 올라갈 때도 힘든 높은 산에서 다시 내리막 길을 걸을 때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도 방법은 있습니다. 무조건 내 걸음으로 걷는 것입니다.

   내 걸음 속도에 맞추어서 오늘 가고 싶은 곳을 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날에는 힘이 나서 더 걸어도 되겠는데 할 때는 조금 더 걸으면 되겠지요. 그러면 어느 정도 40일의 시간, 혹은 30일의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늦어도 알베르게는 문을 열어줍니다. 조금 어두워지면, 랜턴 켜고 걸으시면 됩니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유난히 반짝이쏟아지는 별은 어둑한 새벽과 늦은 밤이 아니면   없습니다. 광활한 평원의 하늘의 별을  보십시오. 그러려면 잠을  주무시고 새벽에 나오시면 더욱 좋습니다. 신선한 공기에 맑은 하늘의 별은 우리의 가슴을 맑게 밝게 설레게 감동에 젖게 합니다.

   들판 어딘가 앉아 별을 보다 보면, 어느새 매혹적인 빛의 하늘이 펼쳐지며  동이 터옵니다.  또한 절대로 놓칠  없는, 잊을  없는 장면입니다. 랜턴을 켜고 걷고 있다가 어느새  뒤로 밝아 오는 태양 빛이  랜턴 빛인 줄로 알고 걸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내  그림자가 길어지며 태양이  뒤로 올라오는 것을 알게 되면 또다시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하게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4시쯤 혹은 5시쯤 일어나 씻고 가방을 챙겨서 나와야 가능한 일입니다.  전날에 피곤을  풀고 10시쯤 잠에 든다고 해도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기도 합니다.

   걷는 것만 하기 때문에 가능할  같지만, 걷기만 하기 때문에 피곤함에 새벽같이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무리하지 마십시오. 어떤 날은 새벽에 걷기도 하고, 어떤 날은 천천히 시작하기도 하고요.

   무조건  걸음으로 걸으십시오. 그러면 어느새 900킬로를 걷게  것입니다.   



   우리의 여행길은 즐겁고 안전합니다.

   우리가 걷는 모든 곳은 그저 일상의 생활공간입니다. 그냥 우리  동네 근처를 산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동네 어린이, 어른, 강아지, 고양이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걸으면 됩니다.

   필요한 것은 가능한 곳에서 구해서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요. 우리나라 우리 동네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스페인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그중에서도 제가 경험한 카미노는 대부분 시골의 인심을 만날  있는 곳에 위치한 편안한 길입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가끔, 아주 가끔 산에서 내려왔는데 갑자기 길이 끊겨서 차도가 나타날 때가 있긴 합니다. 커다랗게 자란 곡식들이 가득한 들판이 크게 커브가 만들어져서  길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요.

   그래도 대부분 길이 넓게 아주 드넓게 펼쳐져 있어서 훤히 보이는 길을 걷게  것입니다. 환한 들판이 지루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떨 때는 가끔  길에  혼자만 걷고 있나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새벽에도, 밤에도 그래도 너무 두려워 마십시오. 깊은 산중에서 밤에 걸을 일은 거의 없을 터이니, 우리를 위협할 것들이 없습니다. 더욱이,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크신 사랑, 크신 존재의 함께 하심을 확신하시게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경험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실 일은 아닙니다.

   담대하게 기도하시며, 찬송하시며 걸으십시오. 인생길에서 이보다 더한 일도 있으셨으리라 미루어 짐작됩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크신 분의 품에서 걷고 있으며, 그분을 떠나서 거할 곳이 없음을 말입니다. 그러니 그분의 품 안에서 우리의 안전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생각대로 됩니다.



   알베르게는 취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십시오.

   공립 알베르게, 그것도 큰 도시의 공립 알베르게는 정말 쾌적하고 편안합니다. 작은 도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어떤 작은 동네에서는 같은 가격에 사립이 훨씬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알베르게는 취사가 가능한 곳이 있고, 가능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저는 취사 가능한 곳을 일 순위로 꼽았습니다. 겨울이라면, 난방이 되는 것을 우선으로 하십시오.

   취사 가능하다는 의미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집에서 한 번도 요리를 한 적이 없어도 우리는 라면을 끓일 줄은 알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남의 나라 음식을 할 줄 몰라도 파스타 면을 익혀서 소스에 버무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소스 한 병과 면을 사서, 끓는 물에 8분 정도 면을 삶아 건져내어서 팬에 오일을 넣고 살짝 볶다가 소스를 넣어서 따끈하게 드셔 보세요. 생각보다 쉬우니까요.

   게다가,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큰 동네 마트에 가시면 햇반 비슷한 제품이 있습니다. 완성된 밥이 요거트처럼 박스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소시지 한 봉이나, 계란, 피클, 올리브 통조림 등을 사서 밥반찬으로 드시면 든든할 것입니다. 빵도 싸니까 샌드위치도 가능하겠죠.

   저는 미역, 김, 고추장(기내식품), 믹스커피, 녹차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약과, 곶감 등도 좋은 간식이 되고 함께 나누어 먹을 것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미역, 김은 무게감도 없고 쉽게 먹기에 좋아서 추천합니다. 라면은 한 두 개 정도 가져가실 수 있으시면 가져가셔서 나눠 드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요리를 해서 드실 때는 친구들과 나눌  있는 만큼 넉넉히 만들면 다음 날의 음식을 기약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 요리를 맛볼  있게  것입니다. 스페인 고기 맛있으니, 부엌이 큰곳이라면, 불고기를 해서 친구들에게 대접해보세요. 인기가 좋을 것입니다. 슈퍼에 간장을 비롯해 모든 재료가 있으니까요. 물론 우리나라 것과는 다르지만요. 부엌을 독점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구요.

   삶은 계란과 데친 소시지, 미역국과 밥, 오징어국과 밥, 감자와 호박을 넣고 따끈한 수제비, 호박전, 볶음밥, 토마토 스파게티, 크림 스파게티, 베이컨 오일 스파게티 등을 해 먹었어요. 서양친구들도 간단한 요리를 해서 나누어 먹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알베르게에 취사도구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스페인과 식생활이 비슷하다 보니 웬만한 채소는 다 있어서 드시고 싶은 것 잘해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장류와 김치 빼고는 거의 다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나만 부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요리를  어야 하는 순례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먼저 요리한 팀이 양을 많이 해서 같이 나누어 먹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야 모두 함께 배고플  동시에 먹을  있으니까요. 조금씩 돈을 걷어서 공동 식탁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적어도 걸으면서 친해졌을 때 가능할 거예요. 아니면, 혼자 온 사람들은 처음엔 머쓱해서 힘들 텐데 먼저 뭉친 사람들이 초대하면서 그룹이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알베르게가 기부금을 받는 곳은 전체의 식사를 책임져 주시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곳은 웬만하면 음식이 맛있고 풍성합니다. 뜨끈한 수프와 간단한 파스타를 주로 해주십니다. 가끔 요리도 힘들고  먹기도 그럴  이용해 보세요.

   수도원이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곳이 이런 곳이 많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예식도 있어서 감동이 더할 것입니다. 그라뇬, 토산 토스, 폰세바돈  가면 그런 알베르게들이 있습니다.



   알베르게는 침대가 있는 노숙입니다.

   알베르게는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도미토리입니다. 이층 침대 여러 대를 한 방에 혹은 홀에 붙여서 배치해 놓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바로 옆에 침대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 불편을 많이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꾹 참고 주무십시오. 웬만하면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듭니다.

   하루의 피곤이 쌓인 여행자는 이층 침대의 위칸으로 오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을 때는 올라가야지요. 그럴 때는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도 많이 나고요. 사실 이때는 밑에 자는 여행자가 더 많이 고달프지요. 침대가 내 배위로 꺼질 것 같은 느낌도 있으니까요.

   알베르게에서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골고 이가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제대로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터라,  번째  때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시 게 된다면,  부분이 가장 걸릴 거예요. 왜냐하면 이제 저도 코를 고는 사람이거든요.

   적게는 몇 명이, 많게는 백 명 정도가 함께 자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코를 고는 소리가 요란히 울리면 정말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도 방법은 있습니다. 피곤할 때 얼른 먼저 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귀마개를 하는 것이지요. 대부분 자신의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가서 자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잘 모르고 자기도 합니다.

   알베르게의 잠자리가 결코 편하지 않다는 사실이 여행을 망설이는데 결정적 요인이 된다면 절대 주저하지 마십시오. 꼭 알베르게에서 잘 필요는 없습니다.

   사설 알베르게는 2인용 1인 용도 있습니다. 아니 아예 호텔도 있습니다. 가격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너무 아프거나 힘들 때는 사설을 이용해서 몸을 충분히 쉬어주고 걸어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제가  번째 갔던 2014년만 해도 5유로 정도였습니다. 사설 알베르게도 10유로 안쪽에 했는데, 조금 좋은 곳은 15유로도 했었습니다.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순례자를 위한 특별가는 여전할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공립 알베르게를 이용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약간의 불편함도 산티아고를 따르는 순례자의 수행으로 생각하고 감내하는 것입니다.  고는 소리쯤이야 서로 이해하고, 캐캐한  냄새 신발냄새쯤이야 웃어넘기는 것이지요.    

   알베르게의 잠자리를, 고상하지는 않더라도 민박집 정도는 되겠지 하고 갔다간 크게 실망하십니다. 침대가 있는 노숙이라고 생각하시고 가면 감사한 마음이  것입니다.



   부엔 카미노.

   저는 두 번의 카미노 여행으로 제 인생길에서 얻어야 할 귀한 선물을 확실하게 얻었습니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사는 동안 얼마나 하게 될까요. 자주 해야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나눌  있게 되고, 소유에 집착하기보다 필요한 것을  사용할  알게 되는  같아요.

   올바른 길이 있는 것이라기보다, 다양한 길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속에서의 각각의 배움이 있을 뿐인  같아요.

   나의 선택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좋고 나쁨은 나의 생각에 존재하는 주관적인 것이 많지요.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도 전화위복 되듯이 말입니다.

   호상이 있고, 요절의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물질의 변화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사라질 뿐 모양이 달라져서 또 다른 존재의 양식이 되며 순환하는 에너지 자체로서 절대 소멸되지 않는 것 말입니다.

   계획한 대로 하려고 하는 것이 성실함이기는 하겠지만, 찾아오는 여러 변수들에 계획된 것이 흔들릴까 두려움없이 그때그때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인생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어쩌면 가장 적극적인 대처 방법이며 그야말로 최선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루 동안 걷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으니 편하더라고요. 오늘 만난 사람과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라 생각하니 오늘의 생소한 만남을 기피할 필요도 없게 될 것입니다.


    산티아고 가는 순례길은, 우리 인생을 크신 사랑의 품 안에 거하는 조금 긴 여행임을 알게 할 것입니다. 밝은 별빛속 고요한 가운데 들리는 내 발자국 소리에, 고요한 아침 들려오는 지저귀는 새소리에, 볼을 스치는 맑은 바람 한 점에 찾아오는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오래 누리십시오.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을 땐, 그동안 참고 참으며 잊은줄 알았던 괜찮은 척 했던 그 응어리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설움을 밀고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마음껏 환하게 웃고, 실컷 소리내어 울고, 마음껏 기쁨을 누려십시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인  말입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그길에서 해야할 유일한 일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할 것입니다.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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