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라는 그 거대한 우주
결혼하고 그 다음 해에, 지방의 한 대학으로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어요. 강의는 일주일에 한 번이었고, 교통수단은 기차였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가는 것 마냥 즐거웠어요. 하루 종일 수업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긴 했지만요.
교정이 무척 아름다운 학교였어요. 특히, 봄이 참 좋았습니다. 서울보다 벚꽃이 일찍 피는 곳이라, 계절을 한걸음 먼저 누리는 즐거움이 이었거든요. 서울에 핀 벚꽃까지 느긋하게 즐길 수 있었지요.
그 해 봄에도 벚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그리고, 그 벚꽃들이 모두 지고, 새잎이 피어날 즈음, 저에게 첫 아기가 찾아왔습니다. 얼마나 설레었던지요. 함께 기차를 타고, 함께 강의를 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모두 행복했습니다. 연둣빛 새잎처럼 순한 날들이었어요.
다복이라고 불렀어요. 이 복 저 복 다 받아서 건강하게 태어나라는 뜻으로 남편과 제가 지어 준 태명입니다.
'다복아, 다복아...' 하고 오랜만에 불러보네요.
다복이는 저와 함께 두 달을 채 못 살고 하늘의 작은 별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강의를 한 탓인지 그날 유난히 몸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 다음날, 아기도 힘들었는지 갑자기 제 몸속에서 쑥 빠져나가버렸습니다.
미안해... 아가야...
아기를 잃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상실감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 같아요. 몸속에 있는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음에 구멍이 뻥! 하고 뚫린 것처럼,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폐허가 된 기분이었어요. 가슴이 아렸습니다.
아기도, 아기와 함께 한 시간도 모두 작았습니다. 그 작고 작은 것들이 어느새 내 안에 스며들어, 몸과 마음의 저 먼 곳까지 닿아있었다는 것을, 아기를 잃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어요.
꽃씨보다 작은 존재였지만, 꽃이 피고 지는 시간만큼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생명이라는 경이로움과 슬픔을 배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경이와 슬픔, 기쁨들을 모두 껴안은 채로 이 세상에 온 것임을 배웠습니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한 명 한 명, 얼마나 귀하던지요.
그 까만 눈망울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귀하다.
너는 소중하다.
너는 그 자체로 온전히 아름답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그것 자체로 우리는 이미 우주의 일을 한 거예요. 우리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생명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손과 마음을 가졌다는 것. 이 또한 우주의 일입니다. 우주의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것이 우주니까요. 그만큼, 우리의 생명, 그리고 그 생명을 사랑하는 일은 크고 위대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큰 존재입니다.
생명이라는 그 거대한 우주
사랑이라는 그 아름다운 일
부디, 잊지 않기를
부디, 서로를 보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작은 별들에게
작은 별들아, 너희는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렴
작고 작은 별들아, 너희는 반가운 인사를 하렴
작은 별들아, 너희는 손을 잡으렴
작고 작은 별들아, 너희는 따뜻한 포옹을 하렴
그러니 작은 별들아, 너희는 우주의 일을 하렴
그러니 작은 별들아, 너희는 사랑의 일을 하렴
그리고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
함께 우주의 일을 하자꾸나
그리고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
다시 사랑의 일을 하자꾸나
손을 잡고
얼굴을 부비고
등을 쓸어내리며
다시 진한 포옹을 하자꾸나
작은 별들아 너희는 빛이란다
작은 별들아 너희는 작지만 크나큰 빛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