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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Mar 17. 2021

너를 위한 소리

세상은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하단다




6살 예람이는 소리에 민감한 아이입니다.

크고, 빠르고, 갑작스러운 소리를

특히 무서워하지요.



아기 예람이에게 집 밖은

무섭고 두렵기만 한 세계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니

그 작은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키가 한 뼘이나 자란 지금도

아이는 그 소리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아빠, 오늘은 여기까지만 갈래. / 응응, 잘했어, 우리 아기!




아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아이의 그 작은 발걸음에 보폭을 맞춘 사람은 

아이의 아빠였어요.




∴∴∴∴∴

예람아,

오늘은 계단 하나만 내려가 볼까?

와~ 우리 아기 잘 하네!

내일은 계단 두 개야.

할 수 있겠지?

그래, 아주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우리 내일 또 해 보자.

∵∵∵∵




아빠의 부단한 노력으로

아이는 드디어

세상 속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나 오늘 멀리까지 왔지~?/ 응응, 우리 아기 최고야!




아빠는 오늘도 아이를 따라 걷습니다.

아이가 찍어 놓은 발자국들을

바지 주머니 속에

가방 한켠에 주워 담으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아이와 함께 걷습니다.



그리고, 내일.

그 발자국들은 

다시 아이 앞에 놓여질 것입니다.

아빠가 놓아준 어제의 그 발자국 위에

오늘의 발자국을 조심스레 올려놓겠지요.



그 발자국들은 아직 작고 무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져 갈 것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을 내딛고

그 한 걸음에 다음 한 걸음을 더해가며

아이는 오늘도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 갑니다.





아빠~ 오고 있어? / 응응, 아빠 여기 있어~




너를 위한 소리



                                                                    


아가

창문 밖에서 너를 부르는

새의 노래를 들어보렴



아가

하늘 위에서 너를 따라 걷는

구름의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코밑에서 그네를 타는

너의 숨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네 안에서 너를 토닥이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아빠 손 위에서 재잘대는

너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네 발아래에 놓인

그 단단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렴





예람아, 세상은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하단다. 봄 바람 소리가 그렇고, 벚꽃이 흩날리는 소리가 그렇지.




아이의 발걸음은 아직 멀리까지 가지 못합니다.

집 주변에 동그랗게 그 발자국들이 찍혀 있지요.



우리는 여전히 이 작은 동네를 산책합니다.

언젠가 아이의 발자국이 너무 많아져서

다 세지 못하는 날이 오겠지요?



아이의 작은 발자국을 주워 모으고

아이를 위로할 작은 소리를 찾아서

우리는 오늘도 

작고 동그란 산책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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