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잠 아래로 아빠 손이 걸어가네.
코오
프우
크아
모두 잠들었네
베개 위에 소복이 쌓인
잠을 꾸리고
아빠 손이 걸어 나와요
우리 셋이 풀어 놓은 잠 아래로
조용 조용
걸어 나와요
코오
프우
크아
리듬에 맞춰
코오
프우
크아
손끝으로
우리 아가 신발 위로 올라가서
조용히 쓸어내려요
산이랑 골목길이랑 고양이가 따라왔네
다정하게 쓸어 모아요
놀이터랑 산책이랑 가을이 묻었네
코오
프우
크아
크렁-!
모두 모두 잠들었어요
고요하고 다정한 밤이
신발 안에 가득 고였어요
"얘들아, 잘 자~"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잘 자~'하고 인사하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에요. 분주했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퇴의 시간. 눈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것도 없어요.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 때도 많거든요. 눈뜨면 아침. 해 떴네요. 엄마 출근합니다.
아침에 환기 시키려고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아이들 신발이 반짝반짝 새 얼굴을 하고 있어요. 창문가에 나란히 기대어 서있는 신발들을 보고 생각합니다. '어젯밤에 넷이 나란히 누워 잠든 것 같은데... ' 남편이 우리 잠들길 기다렸다가, 조용히 일어나서 아이들 신발을 깨끗이 빨아놓았네요.
'참 다정한 아빠다. 참 다정한 아침이다.'
어릴 적, 학교 갈 준비로 바쁜 아침에.
세수하고, 밥 먹고, 이 닦고,
후다닥 뛰쳐나가는 등굣길에.
소파에 앉아 계시던 아빠가 저를 불러요.
분무기로 손을 조금 적시고
교복에 묻은 치약 자국이랑 밥풀을
살살살 떼어 주시던 아빠.
"깨끗하게 하고 나서야지."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아빠 눈에는 어찌 그리 잘 보이는 건지.
평소에는 무뚝뚝하던 아빠의
이런 작은 순간, 이런 작은 다정함이 참 좋았어요.
몽글해진 마음 안고 현관으로 가면
새벽에 아빠가 닦아놓은 구두가
가지런히 저를 기다리고 있고요.
이런 작은 기억들이
아이들 안에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네요.
아빠의 작은 순간들이
차근차근 아이들을 채우고 있네요.
고요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아빠.
고요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밤과 아침.
'아. 나도 고요하고 다정한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어제 한 다짐을 또 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