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다운 소리로 가득하단다
6살 예람이는 소리에 민감한 아이입니다.
크고, 빠르고, 갑작스러운 소리를
특히 무서워하지요.
아기 예람이에게 집 밖은
무섭고 두렵기만 한 세계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니
그 작은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키가 한 뼘이나 자란 지금도
아이는 그 소리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아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아이의 그 작은 발걸음에 보폭을 맞춘 사람은
아이의 아빠였어요.
∴∴∴∴∴
예람아,
오늘은 계단 하나만 내려가 볼까?
와~ 우리 아기 잘 하네!
내일은 계단 두 개야.
할 수 있겠지?
그래, 아주 잘했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우리 내일 또 해 보자.
∵∵∵∵
아빠의 부단한 노력으로
아이는 드디어
세상 속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오늘도 아이를 따라 걷습니다.
아이가 찍어 놓은 발자국들을
바지 주머니 속에
가방 한켠에 주워 담으며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아이와 함께 걷습니다.
그리고, 내일.
그 발자국들은
다시 아이 앞에 놓여질 것입니다.
아빠가 놓아준 어제의 그 발자국 위에
오늘의 발자국을 조심스레 올려놓겠지요.
그 발자국들은 아직 작고 무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져 갈 것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을 내딛고
그 한 걸음에 다음 한 걸음을 더해가며
아이는 오늘도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 갑니다.
아가
창문 밖에서 너를 부르는
새의 노래를 들어보렴
아가
하늘 위에서 너를 따라 걷는
구름의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코밑에서 그네를 타는
너의 숨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네 안에서 너를 토닥이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아빠 손 위에서 재잘대는
너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렴
아가
네 발아래에 놓인
그 단단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렴
아이의 발걸음은 아직 멀리까지 가지 못합니다.
집 주변에 동그랗게 그 발자국들이 찍혀 있지요.
우리는 여전히 이 작은 동네를 산책합니다.
언젠가 아이의 발자국이 너무 많아져서
다 세지 못하는 날이 오겠지요?
아이의 작은 발자국을 주워 모으고
아이를 위로할 작은 소리를 찾아서
우리는 오늘도
작고 동그란 산책에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