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흔들린다는 것
아가
넌 어쩜 그렇게
모든 게 다 귀여움으로 가득하니?
고 작은 콧방울에
고 작은 손톱 밑에
고 작은 배꼽 안에
한 군데도 빠트리지 않고
고 작고 귀여운 것들이
옹기종기 예쁘게도 모여 앉았네
아니 정말
어쩜 그래?
엄마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고 예쁜 것들이
사부작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지
고 예쁜 것들이
와글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어
어떻게 그렇게
모두 다 예쁜지 너무 궁금했거든
그랬더니 글쎄
네 몸의 고 예쁜 것들이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
동화로 쓰고 그리는 육아 일기.
이제 좀 있으면 두 돌이 되는 저희 집 둘째는 모든 것이 '흔들 흔들'입니다. 밥을 떠서 입으로 향하는 숟가락도, 치카치카 입안을 청소하는 칫솔도, 하나 둘 쌓아올려지는 블록도, 아이와 함께라면 어김없이 '흔들흔들 '이지요.
그중 가장 예쁘게 흔들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걸을 때의 '흔들 흔들'입니다. 한 걸음, 두 걸음 옮겨가는 발걸음에, 그 작은 몸이 겁도 없이 휘청이지요. 근데, 그 흔들림이 참 묘해서, 가만히 보고 있자니, 그것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자유? 자신감? 도전? 아무튼, 그 흔들림 안에는 두려움과 같은 어두운 기운 대신에, 용기와 같은 밝은 기운이 가득한 거예요. 그리고, 더욱 저를 놀라게 하는 것은, 금방 엄마를 찾고,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하는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나는 아직 약하고,
못하는 것도 아주 많아.
그러니까 엄마가 나를 도와줘.
이렇게 금방 도움을 청하는 저 약하고 순수한 것을 보면서, '나는 제대로 흔들리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속으로는 사정 없이 흔들리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잔뜩 힘을 주고 걷고 있는 나. 넘어져도 손 하나 내밀지 못하는 나. 인생, 참 피곤하게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둘찌야, 엄마 흔들려도 괜찮을까?
응, 엄마, 나처럼 해봐 ~ 재밌어. ;)
그렇습니다. 우리도 흔들려도 좋을 것입니다. 손을 뻗어 나를 좀 일으켜 세워달라고 소리를 내도 좋을 것입니다. 저 위에서 커다란 엄마 손이 내려올지 누가 아나요? 그러니 우리, 사정 없이 흔들리고, 와장창 넘어지고 깨져서, 그 약한 손을 불쑥 내밀어 볼 일입니다.
이렇게, 또 엄마는 아이에게 사는 법을 배웁니다.
여러분은, 제대로 흔들리고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