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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Oct 18. 2021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삐뚜름 식탁




그래 그런 날도 있지

밥 먹다 말고 식탁 위에 엎드려 쉬는 날도 있지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숟가락 대신 손으로 밥을 먹는 날도 있지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컵 속에 손을 찔러 넣고

참방참방 물놀이를 하는 날도 있지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손 씻은 물에 밥 말아서 맛나게 먹는 날도 있지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엄마가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그런 삐뚜름한 날도 있는 거지



삐뚜름한 식탁에서

삐뚜름하게 앉아서

삐뚜름한 밥을 먹는

그런 삐뚜름한 날도 있는 거지








엄마의 잔소리 정도는

가볍게 자동 반사시키는 요 녀석!

아이의 삐뚜름한 눈빛에는

다른 사람을 향한 눈치라는 것이 없습니다.



오늘 마음껏 삐뚜름한 이 아이는

아무래도 스스로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아주 많이 아끼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감추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버리곤 하는 엄마는

이 어린이의 자세가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마음껏 삐뚜름했던 적이 언제였더라...'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을 내달리며

괜히 삐뚜름하게 앉아 보는 다 큰 어른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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