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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란 Jun 24. 2024

달리다가 들여다본 내 마음속 인사이드아웃

당신의 마음 속 조종부에게 고함.

나는 깨뜨리기만 하는 사람 같다는 마음이 지배하고 있는 요즘이다. 한마디로 내가 인사이드아웃의 주인공 라일리라면, 나에게는 지금 빨간색 불안기운이 조종부를 온통 지배하고 있다. 불안 기운은 영화에서는, '강박'이나 '걱정'이 뿌리에 있는 것 같으나, 나에게는 그 상황을 넘어서 이제는 '부정'과 '무기력'이 점점 튼튼히 구성하고 있다.


인간은 사소한 성취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나는 사소한 성취가 필요한 시점 같다. 나에게 '기쁨이'가 온 힘을 다해서라도 작은 소소함을 찾아내서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어 하는 것을 안다. 그런데 기쁨이는 요즘 힘이 너무 없다. 그럴만한 게 너무 애써서 지친 것 같다. 그래서 기쁨이는 잠시 숨고르고 쉬면서 가장 뒤에 누워있는 것 같다.


그리고, '슬픔'과는 또 다른 류의 '한숨'이라는 기운이 새로 등장했다. 한숨이가 가장 쉽게 하는 말은 '그래 내가 그렇지 뭐.', '역시 난 안 되는구나.'라는 말이다. 이럴 때면 긍정이가 나와서 '아니야. 그래도 너 잘하잖아.'라고 반박을 해줘야 하는데 일련의 최근의 상황이 자꾸만 한숨이의 말이 맞다고 증빙하는 것처럼 흘러갔다.


관계에서 의견이 대립될 때마다 나는 점점 내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성당에서 말하는 '내 탓이오.'라는 말로 속으로 하고 한숨을 쉰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래. 내가 또 저 사람을 힘들게 했지.' '그래. 내 성격 탓에 사람들이 다 떨어지지.' 또는, 업무적으로 내가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를 보고 역시 한숨을 쉰다. '그래. 내가 놓친 탓이지. 내가 그렇지 뭐.' 아이나 남편에게도 비슷하다. '내가 또 뭘 불편하게 했나 보다. 내가 그렇지 뭐.'  참 오래 묵은 내 패턴이다.


한숨이도 내가 존중해야 할 내 안의 감정이 맞다. 그런데 세상에서 사람과 살려면 늘 한숨이 처럼 보이면 안 된다. 나 때문에 가족이 우울해지면 안 되고, 나 때문에 상대가 불편해지면 안 된다고 불안이가 나를 조종한다. 그러면 나는 가면을 쓸 수밖에 없다. 그냥 입꼬리를 올려본다.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안 믿으면 돌파구가 없기에, 그냥 감정과 다르게 행동이라도 바꿔본다.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 한숨이는 더 거대해진다.


한숨이가 힘을 빼기 위해서, 나는 파란색 내 긍정 자아를 찾아내야 함을 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나도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주 작은 성취를 통해 그것을 하나씩 결사적으로 되찾고 싶다. 유년시절 파란색 자아가 공고히 지어졌다면 내가 지금 훨씬 나았겠다는 부러움도 과거에는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자식에게 완벽한 부모가 몇 프로나 있겠으며, 그 탓을 하기엔 난 이미 애질녁에 독립한 어른이기에 이제는 나 스스로 그것을 쌓아가야 한다.


아주 작은 성취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도 별 일 없이 지나감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며 내 감정을 알아주려는 스스로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본다. 입꼬리를 올려보는 것과 같은 행위다.  이 정도로 내가 불안이의 손을 멈출 수 있을까? 불안이가 언젠가는 깨닫고, 다른 감정들에게 조종을 양보하며 스스로 뒤로 물러날 시간이 기다리면 올까?  


정답은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며 감정을 알아주고 하나씩 안아주는 것도 하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안 속에서 '여리다.' '예민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감정을 숨기며 살까 싶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오히려 당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안도하는 용도라도 쓰이고 싶어서 이 글을 내보이게 되었다. 그러니깐 이 글은 내 마음의 조종부를 공개하여, 멀쩡한 듯 보이는 세상 속에서 애쓰고 있는 당신 마음속 조종부의 여러 감정들에게,  안도의 눈물이 차오르게 만들어 주고 싶은 글이다.


* 사진 : PIXAR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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