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 여행자를 위한 기록 (2)

by 그린


목요일 점심


현우는 이마부터 목까지 차조 같은 땀을 매달고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돌아왔다. 밥 때가 되니 죽은 듯 가만히 있던 남자들이 자동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점심식사는 토마토 반 개와 생전 처음 보는 짙은 녹색의 이파리가 이리저리 뒤섞인 채 한 접시에 담긴 것이었다. 토마토를 야금야금 아껴 먹으며 현우는, 자신이 언젠가 이곳에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꼭 부탁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고 했다. 나는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어 말만 하면 뭐든 다 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현우는 아이처럼 좋아하며 말했다.


“그럼 이거 먹고 나서, 줄넘기 줄 좀 돌려 줄래요?”


현우는 정말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함을 이기지 못할 때마다 혼자서 줄넘기를 연습했다고, 그런데 혼자 뛰는 줄넘기도 이 주일 정도를 내리 하다 보니 질려서 줄 없이 온갖 공중 동작을 연습했는데 보여 줄 사람이 없어 늘 아쉬웠다고 했다. 비록 자신이 줄넘기를 연습할 때마다 다른 남자들은 바닥에 대자로 누워 자기를 돌고래 보듯 유심히 바라보긴 하지만 결코 그들은 관객으로서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도 했다. 나는 말했다.


“줄넘기 줄은 두 명이서 돌려야 되는 거 아냐?”


“아. 그런가?”


내가 식사를 끝내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내 접시를 가져가 버렸다. 현우는 토마토를 씹다 말고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마치 내가 그의 취미생활을 망치기라도 한 것처럼, 현우는 토마토 샐러드를 남김없이 비우고 설거지를 끝낸 다음에도 뒤뜰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현우의 옆에서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방 안에 있는 다른 남자들을 관찰하려고 해 보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뒤척이기, 티셔츠 속으로 손 넣어 등 긁기, 기어오는 벌레를 손으로 집어 도로 바깥에 던지기 같은 것밖에 없어서 얼마 못 가 포기하고 말았다. 현우는 이곳의 더위는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다시 속삭였다. 왠지 내가 왜냐고 물어봐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현우에게 왜냐고 물어보았다.


“더위가 사람을 못 쓰게 만들거든요. 만약 여기가 서늘하고 선선하고 쾌적한 곳이었다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사람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잖아요.”


그러고서 한참 무료한 눈길로 허공을 보던 현우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내가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현우의 마지막 말이 갑자기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현우는 방문 앞으로 다가가서 문을 두드리며 타투의 이름을 불렀다. 타투, 타투! 이리 좀 와 봐, 타투! 방 안의 남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고개를 돌려 현우를 흘겨보았다. 현우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면서 타투를 소리쳐 불렀고, 남자들 중 한 명이 일어나 현우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그는 질질 끌려가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나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척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윽고 타투가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현우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타투에게로 달려갔다. 현우와 타투는 온 몸을 사용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들의 대화는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이토록 간절히 원하면 바로 나타나 주는 타투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한숨을 쉬었다.


"6개월?"


현우가 경악하며 외쳤다. 타투는 입을 꽉 다물고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는 현우를 보고 나는 몸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앉았다. 타투가 잇츠 오케이!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나무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현우는 힘없이 내 곁으로 와서 쪼그려 앉았다. 아까 현우의 목덜미를 잡아챘던 남자가 이쪽을 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언제 집에 보내 준대?”


“누나요? 토요일까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것 같던데요.”


자세히 보니 현우의 입가에 아주 작은 뾰루지가 돋아난 것이 보였다. 그 자국이 왠지 모르게 거슬린다고 생각하며 내가 물었다.


"그럼 너는?"


현우는 감싸 안은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현우가 말했다.


“저는....... 여섯 달 더 기다려야 대사관 직원이 온대요.”


자기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이 년이 다 되어 간다며 현우는 울먹였다. 자기가 여기 올 땐 분명히 열일곱 살이었고 피부도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었는데, 왜 지금은 열아홉 살이고 얼굴에 온갖 열꽃을 달고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었다. 입가에 돋아난 뾰루지를 빼면 현우의 피부는 점 하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뽀얗고 말끔했지만 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현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목요일 저녁

현우는 숨죽여 울던 자리에 한번 드러누운 후에는 좀체 일어나려고 하질 않았다. 대신 그는 타투에게 애걸복걸해서 얻어낸 누런 종이노트와 몽당연필을 가지고 뭔가를 자꾸만 끄적였다. 남자들이 지나가면서 한 번씩 심심풀이로, 내지는 화풀이로 그를 발로 툭 걷어찼으나 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일이었다. 지금껏 현우가 무언가 큰 소리를 낼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그들이 현우의 일기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관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열심히 뭔가를 쓰다가 다른 사람이 곁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노트를 덮는 현우는 내가 그의 옆에 바짝 달라붙어 일기장의 내용을 보려고 하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분명 나에 대한 호감의 표시였지만 나는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우는 자꾸만 내게 물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뭐 하는 사람이었어요? 뭐 하러 여기 왔어요? 돌아가면 뭐 할 거예요?”


그가 묻는 질문에 나는 꼬박꼬박 답을 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은 것들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현우는 계속해서 내게 말을 꺼냈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게 두 달 전이었고, 그때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닭갈비집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 닭갈비집의 닭갈비에는 닭고기보다 양배추가 훨씬 더 많았는데 그것 때문에 사장님에게 정이 떨어졌고, 여행길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봤던 모의고사에서 전교 19등을 했는데 그 때문에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고, 자신은 열대과일 알레르기가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내가 현우의 곁을 뜨면 현우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그의 곁을 뜬다고 해서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괜히 한쪽 구석에서 다른 쪽 구석을 왔다 갔다 했다. 현우는 뚫린 벽을 마주보고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자들은 현우가 자신들의 자리를 침범하게 만든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는 듯 나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일부러 나무판자의 벌어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그렇게 하면 성가신 소리가 났다.


저녁식사로 나온 밥에 곁들여진 카사바 소스는 매웠다. 소스에 밥을 비벼 허겁지겁 입으로 넣던 한 남자가 급히 물을 찾았다. 당연하게도 남자들은 두리번거리며 현우를 찾았다. 그때 현우는 저녁도 먹지 않고 구석에 앉아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우는 무시했다. 그들은 현우를 노려보았다. 현우도 그들을 노려보았다. 나는 현우가 물을 뜨러 가지 않으리라고 믿었다. 현우는 노트를 덮어서 소중하게 내려놓은 다음 방을 나섰다. 그가 물 두 잔을 떠 와서 한 잔은 그에게, 한 잔은 나에게 건넸을 때 나는 물을 받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었다. 현우는 머쓱해하더니 내게 건네려던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내가 밥을 다 먹고 나자 현우는 조용히 내 옆으로 와서는 이렇게 물었다.


“누나. 누나 접시 내가 씻어 와도 돼요?”


나는 그가 이토록 숨죽여 지내는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날 알전구의 불이 꺼질 때 현우는 조심스럽게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잤다. 한밤중에 현우는 소리 없이 슬며시 흐느꼈다. 내게 머리를 기대고 우는 그에게 나는 약간의 거리감을 느꼈다.



금요일 아침


아침에 내가 깨었을 때 현우는 내 곁에 없었다. 담요 한 장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푸석푸석한 빵이 아침으로 나왔다. 내가 목이 막혀 헛기침을 해 대고 있을 때 현우는 타투에게 다시 물어보았지만 똑같은 말만 반복하더라는 이야기를 가지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현우는 완전히 슬픔에 잠긴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속이 좋지 않다며 아침을 걸렀다.


“점심은 꼭 먹어 볼게요.”


내 눈치를 살핀 현우는 거기다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약속할게요.”


지독하게 더운 아침이었다. 현우는 내 옆에 앉아 열심히 일기를 썼다. 뚫린 벽 앞에 누운 남자들이 집어던지는 돈벌레의 수는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듯 했다. 몽당연필이 툭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현우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냐며 목 메인 소리로 투덜거리고는 그 자리에 누웠다. 나는 나무판자의 빈 틈새 사이로 손가락이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나 시험하던 참이었다. 대뜸 현우가 말했다.


“누나, 나 죽을까요?”


“왜?”


“어리니까?”


“어리다는 게 너한테 무슨 문제인데?”


“난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이에요. 쭉 기다려야 하잖아요.”


남자들 중 한 명이 바닥 위로 기어오는 커다란 돈벌레를 집어 바깥으로 던졌다. 현우와 나는 함께 그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정확히 말하면 현우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내가 맞장구를 치는 것이었다. 현우는 이제 지쳤다고, 여섯 달을 더 기다려서 대사관 직원이 오면 그제야 자신은 본격적으로 귀국을 위한 소송을 준비할 수 있고, 자신의 무죄가 밝혀질지 아닐지를 기다리는 데에만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말이 돼요? 지나가는 사람 무릎에 살짝 부딪혔다고 이렇게 2년씩이나 가둬 놓는다는 게? 진짜 먹고 자고 싸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심지어 내가 친 것도 아닌데. 여권 하나 없다고 사람이 이렇게 푸대접받아도 되는 거예요?”


현우는 연이어 내뱉었고, 나는 의문이 생겼다. 그가 정말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면, 생김새만큼이나 경비도 허술해 보이는 이곳을 왜 굳이 빠져나가려 들지 않는지가 그것이었다. 나는 현우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열망도 없이, 그저 밥 먹여 주고 재워 주니까 이곳에 머물고는 있지만 때론 견딜 수 없을 만큼 심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소연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잠시간 생각했다. 현우에게 왜 이곳을 탈출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어이없다는 눈길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되물었다.


“가능할 것 같아요? 여길 빠져나가는 게?”


“어....... 그럴 것 같은데, 아닌가?”


“물론 가능하죠. 빠져나갈 수야 있어요. 얼마든지요.”


당황한 나를 보며 그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 다음엔 어떡해요? 빠져나간 다음엔 어쩔 건데요? 공항으로 가요? 여권도 돈도 심지어 갈아입을 속옷도 없이? 근처에 살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당장 먹고 자고 할 곳은 생기겠죠. 하지만 거기서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거듭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래도 여기보단 나을 거 아냐, 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뭐해요, 여권이 없는데. 집으로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잖아요. 여권을 다시 발급받으려면 경찰서나 뭐 이런 데 도움을 청해야겠죠? 여긴 한국 대사관이 없으니까. 그럼 경찰서에서는 대사관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면서 다시 나를 이런 곳으로 들여보내겠죠? 아니, 경찰서에서 애초에 순순히 나를 도와줄 리가 없어요. 나는 이미 뺑소니범으로 전과가 남아 있을 거 아니에요.”


현우는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는 다시 고개를 수그렸다. 나는 이제 아무 말도 꺼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지막이 현우가 중얼거렸다.


“난 끊임없이 기다려야 해요.”



날씨는 화창했지만 어디선가 비 오는 날의 하수도 냄새 같은 악취가 풍겼다. 좀처럼 자리를 옮기는 법이 없던 남자들이 뚫린 벽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옮겨 갔다. 냄새는 굉장히 지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우는 자기 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몽당연필도 부러졌을 텐데 어떻게 글씨를 쓰고 있는 건지 궁금했던 나는 그의 곁에 가서 앉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노트를 거칠게 덮은 현우는 옆에 앉은 사람이 나라는 걸 확인하고 다시 노트를 펼쳐들었다. 그는 손톱으로 자국을 내서 글씨를 쓰고 있었다. 노트에 쓰인 글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죽을까 말까를 먼저 결정한 다음에 죽음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생각했던 나는 현우의 담요를 반쯤 접어 그것을 배게 삼아 잠을 자려고 했다. 악취 때문에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는 내심 현우가 죽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가 죽고 난 다음에 다시 이곳에 찾아와 자신의 죽음이 일으킨 파장이 밀가루 죽을 먹다가 사레가 들러 연신 기침을 해 댔던, 그래서 현우에게 물을 떠 오라고 간접적인 압박을 주었던 그 남자의 죽 그릇에 이는 잔물결보다 큰지 그렇지 않은지를 직접 확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했다.



금요일 점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방 안을 가득 채운 악취와 조금 걸맞은 날씨가 된 것 같았다.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현우를 툭툭 차 보던 남자들은 더 이상 현우의 곁으로 오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타투가 들어왔다. 그는 현우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타투는 현우에게 작은 알약을 건넸다. 현우는 알약을 받아서 내게 보여주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타투가 약을 건네며 ‘위장병 걸렸다며, 괜찮아? 이거 먹으면 냄새는 좀 덜해질 거야. 어서 나아.’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우가 용케도 그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이 좀 의아했지만 그제야 왜 타투가 들어왔을 때 방 안의 남자들이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점심으로는 망고와 파파야가 나왔다. 현우는 먹지 않았다. 먹지 못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개울로 가서 설거지를 하는 대신 접시를 바깥에 세워 두었다. 차라리 개울물보다는 빗물이 깨끗하겠지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빗물이 자꾸만 뚫린 벽으로 새어 들어오는 통에 우리는 더 좁은 옆방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벽으로 막힌 방이었고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숨구멍이라고는 벽이 갈라진 틈새가 고작이었다. 모두들 미리 봐 두었던 구석에 자기 담요를 깔고 그 위에 누웠다. 먼지는 있어도 벌레는 없었다. 숨 막힐 정도로 조용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뜬금없이 낯선 악취가 코끝에 와닿았다. 누군가 방귀를 뀌었고, 냄새가 끔찍했다. 분명 현우 쪽에서 시작된 냄새가 아니었는데도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현우를 바라보았다. 현우는 손에 쥐고 있던 알약을 던져 버렸다. 알약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현우가 듣고 같이 화낼 수 있도록 ‘누구야, 이렇게 꽉 막힌 데서’ 라고 중얼거렸다. 현우는 그러니까요, 하며 힘없이 맞장구를 쳤다.


“다 네가 그런 줄 아나 봐.”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속이 안 좋았나 봐요.”


밀실에서의 방귀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지만 현우는 방귀를 뀐 사람이 표정을 싹 감추고 숨어 있을 남자들의 무리 쪽을 스윽 훑어보고는 그냥 눈을 감았다. 나도 눈을 감았다. 푹 익힌 메주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긴 했어도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건 나름 운치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숨소리가 점차 커져 가는 것이 들렸다. 그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는 사람을 한껏 예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숨소리는 곧 우렁찬 코 고는 소리로 변했고, 나는 빨래집게로 그의 코를 집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커다란 살덩어리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처럼 탁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현우가 지독한 악취를 용서한 것과 달리 나는 코 고는 소리를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살의를 느꼈다. 쪼그려 앉은 채로 잠을 자던 현우는 무너지듯 스르르 내 어깨 쪽으로 기대어 왔다. 늘 그랬듯이 내게 기대어 잠을 자는 현우를 보며 나는 내심 그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어린 나이에 삶에 염증을 느껴 자살하기엔 현우는 너무 뽀얀 얼굴과 얌전한 잠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


저녁으로 생선 튀김이 나왔다. 간만의 기름진 식단에 모두들 환호했다. 타투는 생선 튀김이 담긴 접시를 방 안으로 밀어 주면서 내게 ‘체크 유어 패스포트. 투모로우, 고 홈.’이라고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나도 타투처럼 잇몸을 드러내고 웃어 보였다.


다들 튀김을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기 바빴지만 현우는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접시를 앞에 두긴 했지만 그다지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타투가 문을 닫고 나가기 직전에, 현우는 생선 튀김이 너무 크다고 투덜거리며 나이프를 달라고 했다. 나이프는 없고 대신 이거라도 쓰라며 타투는 식칼을 건네주었다. 현우는 더 작은 것을 원했다. 남자들 중 하나가 네겐 손이 있잖아! 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현우는 어떻게 식칼로 생선튀김을 자르냐며 계속해서 더 작은 나이프를 가져다 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누군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조잡한 문구용 칼을 던져 주었다. 그들은 핑크빛 손잡이가 달린 문구용 칼과 현우를 번갈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현우가 그 칼을 쓰지 않으리라고 믿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현우에 관해 무언가를 믿을 때마다 그것은 늘 엇나갔음을 기억해냈기 때문에 동시에 현우가 그 칼을 쓰리라고 믿었다. 현우는 그 칼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찌꺼기가 묻은 커터 칼 윗부분을 조금 잘라냈다. 나는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너무 뜨거워서 접시에 도로 뱉어 버렸다. 쩝쩝거리는 소리와 튀김 가루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방을 가득 채웠다. 현우는 잘라낸 커터 칼 조각을 삼켰다. 나는 그것을 보았고, 나 말고는 아무도 현우가 뭘 먹는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튀김을 먹기 시작했다. 현우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지자 그제야 사람들은 현우를 쳐다보았다. 고꾸라진 현우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날 현우 없이 혼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토요일 아침


나는 아침 일찍 타투의 안내를 받으며 조사실로 향했다. 알이 두꺼운 안경을 쓰고 나와 같은 한국말을 하는, 나이지리아에서 갓 이곳으로 날아왔다는 대사관 직원이 나를 반겼다. 그곳에서 나는 간단한 신상 정보와 여권 번호를 적어 냈다. 정말 누가 봐도 한국인인데 왜 의심을 한 거죠? 그 직원은 나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내가 대여섯 장이 넘는 서류에 모두 사인을 하자 그는 이제 다 끝났다며, 수고하셨다며 악수를 청했다. 녹슨 울타리 문 앞에서 타투가 나를 배웅해 주었다.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타투에게 현우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타투는 대사관 직원의 입을 빌려 현우가 어제 저녁에 병원으로 실려 가서 치료를 받고 있고, 커터 칼 조각이 그대로 삼켜진 덕분에 생명에 큰 지장은 없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만 칼이 식도 양쪽을 찢으면서 내려가는 바람에 앞으로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하기는 힘들 것 같아 보이더라는 말도 했다. 침대에 누워 영양 주사를 맞는 현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대사관 직원의 차를 타고 가면서 과연 이들이 나를 일행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데려다 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어 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숙소로 데려다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았지만 나조차도 내가 머물 숙소가 어디였는지 모르고 있었으니 그들이 어떻게 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확실한 것은 없었다. 나는 대사관 직원에게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 일행 분들과 연락을 취해서 지금 일행 분들이 머물고 계신 곳으로 가는 중입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는 내가 그토록 열심히 공항을 돌아다녀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인데 어떻게 연락을 취했다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채도 높은 풍경들이 연이어 눈앞을 지나갔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니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지금껏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것이 기이하게 이리저리 뒤섞이는 느낌. 나는 운전석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저기, 아프리카에도 돈벌레가 사나요?”



*



나는 그들이 이제야 현우를 발견해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안도하고 또 분노했다. 현우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았다. 나는 그가 죽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우의 죽음이 불러올 파장의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텐데, 현우가 덜컥 죽어 버린다면 그만큼 부질없는 짓도 없을 것 같았다. 동시에 나는 그가 죽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현우는 이제 겨우 스물이 되었다. 나는 전화기에다 대고 어쩌면 현우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 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제야 내가 한참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전화를 걸까 생각했지만 그 대사관 직원은 나이지리아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국제전화 요금은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비쌌다. 사실 현우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아프리카에는 돈벌레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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