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입 안 가득 채워 먹는 걸 좋아했다. 어른들은 복스럽게 먹는다고 했고, 푸짐하게 먹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공기까지 먹는 것 아니냐며 놀리는 동기 녀석도 있었다. 특히 전공의 시절에는 더 열렬하게 먹어댔다. 모 교수님은 이렇게 먹는 나더러 일도 잘하겠다고 했다.
아귀아귀. 음식을 욕심껏 입안에 넣고 마구 씹어 먹는 모양을 말한다. 시작은 먹성 좋은 남동생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동생은 늘 푸짐하게 먹었다. 숟가락에 밥을 듬뿍 담았고, 젓가락으로 집어대는 반찬의 양도 수북했다. 남동생이 한두 번 밥상을 지나가면 식탁을 가득 채운 접시가 금세 깨끗해졌다. 남동생과 한집에서 자란 나 역시 부지런히 젓가락과 숟가락을 놀려야 했다.
전공의 시절에는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특히 아귀아귀 먹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씹으면 온 신경이 음식물 목구멍으로 넘기는 데에만 곤두서 있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 그때만큼은 예외였다. 타인의 시선이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 순간은 오직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요즘 하루에 한 번은 샐러드를 먹는다. 하지만 가끔씩 허전할 때가 있다. 아귀아귀 먹는 포만감이다.
포만감 중추와 입안을 만족시키기 위해 퀴노아를 삶는다. 젓가락 대신 숟가락으로 퀴노아 샐러드를 수북하게 푼다. 퀴노아 샐러드를 한입 가득 넣고 아귀아귀 먹는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밥상에서 눈치 게임을 하고, 전공의 시절 밥까지 열심히 먹던 내가 떠오른다.
퀴노아
슈퍼푸드 퀴노아는 '곡물의 어머니' 다. 영양이 풍부하여 신이 내린 곡물로 알려져 있다. 퀴노아는 통곡물로 당지수가 낮아 당뇨 환자에게 혈당을 관리하는데 유리하다. 나트륨이 적고 칼륨,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혈압,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이 적고 흰쌀밥에 비해 2배가 넘는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고단백식품이다.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포만감이 높아 체중 관리하는 데에도 좋다.
퀴노아 먹는 법
퀴노아는 특별한 맛은 없는 곡물이다. 다만 톡톡 터지는 식감이 독특하다. 퀴노아는 익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조리가 쉽다. 샐러드에 얹어 먹거나 밥 먹을 때 한 스푼씩 얹어 먹는다.
퀴노아 조리법
물에 담가 깨끗하게 씻는다. 먹을 분량의 퀴노아와 퀴노아의 2배 분량의 물을 넣어준다. 보글보글 끓여주다가 10~15분 정도 중 약불에서 익혀준다.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익히면 알파벳 C 자 모양이 떠다니는데 이는 퀴노아가 발아된 것으로 먹어도 된다. 퀴노아를 익히고 물기가 남아 있다면 모두 버린다. 먹고 남은 퀴노아는 냉장 보관 한다. 5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퀴노아 샐러드 만드는 법
퀴노아 샐러드는 레시피라고 할 것 없도 없다. 냉장고 사정에 따라 각종 야채 썰어둔다. 브로콜리, 자색 양파, 파프리카, 오이, 방울토마토 등 숟가락으로 퍼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한다. 여기에 올리브 오일 3T & 화이트 발사믹 식초 1T로 간단하게 드레싱 한다. 온갖 야채와 퀴노아를 한데 섞어서 숟가락으로 퍼서 먹는다.
퀴노아를 삶아 넣고, 젓가락이 아닌 숟가락만 썼을 뿐인데 나의 뇌와 입안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샐러드도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인스타그램> @doctorkid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