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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미 Oct 06. 2023

#10. 코로나로 얼룩진 우리는 의료진이었다.

<간호사 살리기>



4년 전, 전 세계를 절망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 펜데믹이

마침내 엔데믹으로 끝맺음했다.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소리 없이 전 세계를 덮쳐왔고,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고,

멀리 있는 가족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으며

개개인의 삶들을 지탱하던 요소들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던 끔찍한 4년의 시간들이었다.




이윽고 코로나가 우리나라까지 퍼지기 시작했을 때,

전국적으로 병원은 비상에 걸렸다.




처음엔 한 두 명에서 시작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병원 차원에서도 나름대로의 방안들을 마련해 가며

해결책을 제안했지만

코로나는 그 노력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장에서 코로나와 싸우던 의료진들 또한

감염시키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료진들은

최전방에서 코로나를 맞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의료자원들은 한정적이었고,

그 누구도 슈퍼항체를 가진 천하무적이 아니었으며

얼마든지 감염이 될 수 있는 비감염자들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내가 근무하고 있었던 병원은

격리방이 총 3개였다.

그마저도 주변 병원들에 비하면

격리방이 많은 곳이었기에

코로나 의심환자를 실어 나르던 119는

우리 병원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리곤 했었다.



응급실 전화기는 격리방 문의전화로 상시 울려댔고

격리방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내도 아파죽겠다고!!

격리방이 없다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씨발, 그라믄 뭐 내같은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아파죽어도 된다 이 말이가?!!!

어?!! 병원이 뭐 이따구고?!!!

이 개같은 거 진짜.”




만실이라 격리방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에

분노하던 환자들의 욕받이와,




“아니, 간호사님. 저 코로나 아닌데요?

저 원래 체온이 높아요. 저 콧물이랑 기침도 없어요.

고작 열 좀 높다고 코로나 의심된다 하시는거에요?!

아니 뭐 열 높으면 다 코로나에요?!!

아파서 왔더니 뭔 격리방을 써야된다하질 않나,

격리방 자리가 없다고 진료도 못본다 하질 않나.

도대체 우리보고 뭐 어쩌란 말이에요??“



자신은 코로나 환자가 아닌데

왜 코로나 환자로 의심을 하냐며

원망 섞인 눈빛과 목소리를 듣는 것 또한

우리가 오롯이 감당해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코로나 의심환자의 CPR 상황이었다.




심장이 멈춘 채로 들것에 실려 들어오는

이 환자가 진짜 코로나 감염자인지,

비감염자인지 우리는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이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콧등이 눌려져 빨개질 정도로

두꺼운 N95 마스크를 쓰고

근무복 위에 격리 가운과 장갑을 끼고서

마스크 때문에 숨이 두 배로 차올라

가슴 압박을 하는 내내 숨쉬기 힘들었던 상황에서도,



땀이 머리부터 눈, 온몸을 적시며 흐르고

가운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땀이 고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보호받지 못하는 처절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코로나 환자들을 용감하게 대면하고

치료하고 간호했던 사람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코로나와 맞서 싸웠던 우리는,

코로나로 얼룩진 우리는 의료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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