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복학생이 된 3학년의 나는 동아리 생각이 없었다. 코로나 시기로 학교를 못 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집과 학교의 거리가 1시간 3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동아리 들어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대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동아리가 아닌 언론사인 교지편집위원회에서 21년도 수습기자를 하고, 2023년 개강 첫날부터 험난한 국장 인수인계를 받고 터덜터덜 밥을 먹으러 나오는데 동아리 가두 모집을 하고 있었다. 몇몇 동아리 부원들이 홍보 전단지를 주면서 "1학년이세요? 2학년이세요?"라고 물어봤다. "3학년이요."라는 나의 대답에 온통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3학년은 동아리도 못 들어가는 거야?라는 마음이 순간 들어 울컥했지만 동아리 부원 입장으로 생각하면 1학년, 2학년을 받아 오랫동안 활동 시키고 싶어 하는 마음인데 3학년은 1년 하고 4학년이 되면 취업 준비나 인턴 준비로 나가거나 활동을 안 하기 일쑤니까 그러려니 했다. 순응하는 반응을 하면서도 나의 눈과 귀는 '드라마'에 향해 있었다. 정문까지 다 다르고 있을 때 드라마 부스를 보았다.
동아리 신청은 처음이라서 의자에 냅다 앉아 '동아리 신청 하고 싶은데요!'라고 말할 용기까지는 없어서 내가 봤던 연극 포스터 액자를 계속 쳐다보았다. 머릿속으로 '저 관심 있으니까 말 걸어주세요...'라고 생각하니 나의 걱정을 깨닫고 드라마 회장과 눈이 마주쳤다.
한기로 가득한 의자에 앉아 연극동아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회장의 동아리 홍보보다도 동아리 지원서 종이에 눈이 들어왔고 빨리 쓰고 싶다는 욕구에 펜이 그다음 들어왔다. 의자가 제 온도를 찾아갈 때쯤, 나는 지원하고 싶은 역할 선택을 고르고 있었다. '배우, 스탭'을 고르고 시간표를 확인 후 오디션 스케줄을 적었다. 누군가가 앉을 때는 차가운 의자에 앉지 않아도 될 희망을 주며 나는 떠났다.
하루 뒤 오디션 일정 문자를 받았다. 금요일 18:00
금공강이라 친구들과 피크닉 약속을 잡아 두었다. 가슴 한쪽에는 '연극'이 자리 잡혔지만, 신나게 논 후 다시 학교 가는 버스를 탔다. 오디션의 질문을 예측하면서, 또 나의 오디션을 상상하면서 기대와 떨림 속으로 학교에 도착했다. 찬기 있는 공기가 둥둥 떠 있는 갤러리 안에서 심사위원인 회장과 습작배우가 나를 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