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의 첫 배우 역할이 강아지라고?!

내 이름은 박까까, 나비와 선물이의 삶은 해피엔딩이 되었으면 좋겠어.

by 선혜 Oct 19. 2024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 처음으로 참여하게 공연은 야외에서 하는 특별 공연이었다. 야외공연은 연출을 모집하고 선정된 연출분들은 단톡방에 대본 파일을 올리고 배우를 모집한다. 야외 공연은 무대도 음향도 필요없다. 밤이 되면 연극을 볼 수 없으니까 배우들을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조명뿐이다. 세 가지의 대본파일을 열었다. 


<선물> / 박소연 작 연출 

강아지 - 까까

고양이 - 나비

고양이 - 선물 


강아지 역할에 눈길이 간다. '나는 강아지상이니까 강아지 역할? 잘 할 수 있어.' 안일한 생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외쳤지만 대본을 따라 읽으며 나에게 딱 맞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기뻤다. 그렇게 나는 <선물>에서 까까역을 맡았다. 


 귀여운 선배에서 듬직한 연출을 볼 때, 무언가 선망의 대상을 보는 나의 눈빛이 장착되어 있었다. 푸른 하늘이 비추고 나뭇잎이 살랑살랑 움직일 때 야외 무대 앞에서 배우 세 명과 연출이 만났다. 


 "지금 여기서 발성 연습 합시다. "


확신에 찬 연출은 자기 소개를 하고서는 벌떡 일어나 자신감있는 그 굳센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울거진 나무와 나무가지 사이로 빈틈이 보이는 공간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고, 뒤통수가 보였다. 휙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붐비는 놀이동산의 포토존 무대에서 큰 소리를 내면 거의 미아 신고 당하지는 않겠다는 상상도 함께 더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는 목소리는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뿌- 헹 소리와 옆 학식당 건물에서 들려오는 배경음악에 묻혔다. 발성을 연습하다가 배경음악에 몸을 둠칫하다가 멈칫하고 다시 연습을 한다. 칭찬에 호들갑을 떨다가 동아리 건물 창문에 거울을 삼아 액팅을 연습한다.

언제는 하다가 헷갈려서 저 멀리 있는 선배에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선배 !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 맞아요?"

 "누구 선배?"

외침과 동시에 폰 하던 선배, 자기팀의 액팅을 봐주던 선배,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선배등 대부분 선배들은 멈추고는 돌아보았다. 마치 마트에 간 어린애가 엄마를 놓치는 바람에 마트에서 '엄마!' 외쳤더니 모든 엄마들이 쳐다 보았고, 심지어 아이가 없는 엄마도 아이를 쳐다보았던 이야기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바이다. 

언제부터인가 선배님 앞에 이름을 불렀다면 이런 웃긴 비하인드가 있어서 그런 아니었을까 한다. 


발표 울렁증이 있었던 내가 지금껏 연극 동아리에 참여하는 활동 중 유일하게 무대를 올라갔던 야외공연.

처음이니까 ... 의 '처음'에 안일함을 심어줬던 한계에 울었다. 눈물을 흘리는 까까는 박박먹는 까까가 되고 싶어서 캐릭터 분석 작업에서 나를 박까까로 소개 하였다. 울다 웃는 얼굴은 눈물점의 흔적을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였다. 그런 날도 잠시, 연습한 날은 과일 분쇄기마냥 갈려나갔고 우리는 웃고 울었다. 


강아지 머리띠를 쓰고 강아지 분장을 하고 고양이 분장한 하늘이와 서로 얼굴을 보며 깔깔 웃었다.

분위기에 맞게 잘 뽑았다고 한 연출은 첫 만남에서 보여주었던 굳센 눈빛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그녀의 연출 역할. 

브런치 글 이미지 1

야외공연의 무대에서 조명으로 인해 사람들의 얼굴, 눈빛, 변하는 표정을 보지 못했다. 변하는 표정이 있었을까. 관객들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까까와 선물이가 좁디좁고 추운 상자 안에 들어 가 있을 때 나의 쉰 목소리보다 사람들의 눈빛과 얼굴들이 천천히 보이자 정말 내가 까까인 게 아닌가, 헷갈렸다. 정말 연극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연극을 하면서 나 또한 유기견이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모든 개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거면 되었다.


박수와 격려로 시작된 야외공연은 9월의 정기공연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연출이 작가가 되고, 배우가 연출이 되는 그 전개의 대본.

여름과 가을의 문을 여는 그 베이커리집에서 나의 두 번째 공연이 드릉드릉 시작되고 있었다. 











이전 03화 연극 오디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