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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Bakha Jun 28. 2021

우리집지희씨-
6화: 위기의 계획남(下)

The Secret of Mrs.Ho














우리 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는 아주 어린아이조차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마치 우리 집 초파리처럼요) 과업과 목표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쯤이면 걷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초등학교 전에 배워놔야 빨리 습득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  

취업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과 자격증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인정받으려면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해야 한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하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모든 정보와 관계망에 부지런해야 한다,

...

어느 정도는 다 맞는 말인데, 한편으로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작 이런 정체불명의 과제를 나에게 부과하고 있는 주체는 그 명제들이 '진실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는 나'입니다. 

동시에 그런 목표들에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미치질 못할 수 있다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 결과가 순전히 내 책임이라는 공포가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이런 불안이 들이칠 때면,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한 채 실패의 가능성에 쫓겨 이리저리 방황하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매사에 꼼꼼하고 계획적인 석형 씨를 성실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원동력도 대부분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염려일 때가 많습니다. 공장 직원들의 월급을 책임지기 위해,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측되는 상황들을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도, 또 영원히 100%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갈수록 사회구조는 복잡해지는 반면, 생명체인 우리의 육체는 노쇠해져 가기 때문에 늘 완벽한 상태일 수 없습니다. 


너무 절망적인가요. 이상적이지 않은 나의 초라한 모습에 스스로 괴로울 수 있지만, 그 모습을 받아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어떤가요? 예전에는 큰 일처럼 느껴졌던 일들이 막상 벌어졌을 때, 이야기를 들어주며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아 생각보다 별일 아니구나!'하고 느낀 경험이 많습니다. 그 상황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었을까 싶고요. 마치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가 '괜찮다, 괜찮다~.' 라며 안아주면 곧잘 정말 괜찮아지는 것처럼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계획성도 중요하지만, 석형 씨처럼 내가 절망하고 있을 때 옆에서 괜찮다며 안심시켜 주는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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