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어서는 그녀

일어나라 그리고 잡아라!

by 마음슥슥

인간의 발달에는 최종 단계가 있다. 그중 하나는 ‘걷기’이다. 성인에겐 숨 쉬는 것만큼이나 능숙한 걷기에 다다르기 위해 영아는 상당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녀는 요즘 걷기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요즘 내가 그녀의 디딤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높이 있는 무언가를 보면 일단 잡고 일어서려고 한다. 내가 옆에 있다고 예외는 아니다.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가 반가워서,

“아빠한테 오려고?” 하면


그녀는 묵묵히 내 멱살을 잡아당겨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곤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잔뜩 힘이 들어가 새하얗게 변한 발가락과 앞뒤로 씰룩이는 엉덩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빠에게 오려고 내게 손 내밀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과 엉덩이 씰룩임을 보고 스며온 사랑스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아빠 핸드폰 그만봐! 나 일어섰단 말이야


덕분에 내 몸엔 스크래치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허벅지와 목 아래 가슴은 특히 그녀가 일어서기 위해 세게 움켜잡는 곳인데, 잡는 힘이 너무 세서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오면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는 그녀다.


아빠 아파도 조금만 참아. 어른이 이런것도 못참으면 안돼지!


이따금, 특히 요즘에는 더 자주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녀가 너무나 빠르게 큰다는 것에서 오는 시간의 야속함,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건강하게만 자라면 좋겠다는 내 바람에 두 개의 단어를 더 넣고 싶다.


건강하게만 조금은 천천히 자라다오


코찡긋 함박웃음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