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화만내
“금요일날 학회 다녀와도 될까?”
“응. 다녀와. 언제 오는 거야?”
“학회일정은 일요일까진데… 모르겠어. 토요일 저녁에 돌아올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그녀와 단 둘이 보내는 금요일과 토요일이 확정됐다. 호기롭게 옆지기의 외출에 응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졌다.
“근데 지아 밥은 뭐 먹이면 될까?”
“집에 만들어둔 반찬들 있으니 레인지에 돌려서 먹이면 돼. 곰국 사다 놓은 거 있기도 하고. “
“간식은?”
내 질문들은 꽤나 정교했던 것 같다. 지아 준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내가 실수할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해 준비하라는 명령과도 같았다. 그야말로 겁쟁이 초보 아빠였다.
홀로 어린이집을 하원시키던 모습이 생생하다. 저 멀리서 긴 복도를 두다다 달려오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빠를 계속 찾아요 요즘. 오늘도 아빠를 어찌나 찾던지, 그러지 않아도 오늘 금요일이니까 아빠가 올 수 있다고 지아에게 이야기해 줬거든요.”
그녀가 내 목을 양손으로 감고, 다리로 내 허리춤을 꽉 안는 순간 그간의 걱정은 잊어버렸다. 사랑만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일주일만의 재회는 그토록 간절했나 보다.
저녁시간은 그간의 그리움이 화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밥투정을 하는 그녀에게 화를 내고 다시 화를 가라앉히고를 3번 정도 반복하고서야 치열한 시간이 끝나있었다. 그녀와 내가 머문 자리엔 서로의 주장이 가득했다. 날아다니는 밥풀과 계란과 브로콜리는 그녀의 주장이었고, 어지럽게 벗겨놓은 옷가지는 나의 소심한 주장이었다. 그 시간은 힘들고도 미안했다. 내가 가진 애틋함이란 이렇게 보잘것없는 것이었나.
화가 나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이든 간에 그녀의 기분은 순간순간 변한다. 밥 먹이기 전쟁 중 한참 울고 보챘던 그녀지만 그 시간이 지나자 책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응.”
아마 그녀가 내게 가장 많이 한 말 중 하나일 것이다. 손에 든 책을 내게 내밀며 항상 저렇게 말한다. 읽어달라는 말이다. 내가 제대로 받아쓴 건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말하며 금방 화낸 사람에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은 내 새끼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첫째 날 저녁 시간을 제외하곤 그녀와 난 사이가 좋았다. 단 둘만의 시간은 그녀에 대해 내가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선물이었다. 그녀는 요즘 안겨있기를 좋아하고,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졌으며, 야옹이보다 어흥이를 잠자리에 데려가길 좋아한다.
서투른 아빠가 되기 싫은 나는 오늘도 사랑의 맹세로 그녀에 대한 미안함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