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행
이래저래 답답한 요즘, 지난 여행이 떠오릅니다. 작년에 고향 친구(+친구 애인)와 함께 경남 고성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습니다. 회 백반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수상 카페와 엔틱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차를 즐기고, 상족암 군립공원에서 멋진 '동굴 샷'을 찍었습니다. MS Windows 배경화면으로 본 듯한 푸르른 송학동 고분군에도 다녀왔습니다. 경남 고성이라는 곳 자체를 지난 여행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참 괜찮은 곳이더라고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외진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헉하며 하늘을 보라고 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북두칠성이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이에요! 아주 오래전에도 보긴 했는데, 그게 언제쯤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게다가 전혀 예상을 못 했던 만큼 감동도 컸습니다.
그날 밤하늘을 보면서 느꼈던 놀람과 감동은 막시밀리앙 뤼스(Maximilien Luce, 1858-1941년, 프랑스)의 위 작품과 마주쳤을 때를 떠오르게 합니다. 달빛 아래의 공장 전경을 묘사하였는데요, 환하게 떠 있는 달무리가 참 낭만적이었습니다. 작품 앞에서 한참 감상하다가 작가 이름을 보고 '응? 루체?? 누구지???'라고 했던 기억도 남아있네요.
이 작품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 이유는 '야경'을 표현한 '점묘화'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상주의부터는 '빛'이 중요한 요소였기에 야경을 묘사한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나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점묘화였으니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엇이든 일상에서 흔치 않은 건 마음을 더 울리는 것 같습니다.
뤼스는 조르주 쇠라, 폴 시냐크 등과 함께 많은 점묘화를 남겼는데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점묘화를 비롯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남겼는데요, 유화만 해도 4,000점 이상을 남길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10대였던 1817년에 파리 코뮌(정부에 대항했던 시민자치정부)에 대한 잔혹한 학살을 목격하게 되는데, 당시 파리의 강물에는 시신이 가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때의 충격은 그가 무정부주의적 혹은 사회주의적 성향을 갖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 세계는 노동자, 그리고 공장 배경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남겼습니다.
다시 고성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친구와 함께 북두칠성을 오오~ 하며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두칠성까지 보였던 건 그날은 날씨가 유난히 좋았던 건지, 아니면 코로나19 영향이었는지 말이에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발전은 주춤했지만, 환경의 회복에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이전의 이맘때는 온통 초미세먼지로 가득해서 짜증 역시 넘쳤던 거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예전보다 맑은 하늘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환경오염과 관련된 뉴스에서 가끔 보였던 댓글처럼 "인간 존재 자체가 자연에는 코로나19"라는 말도 맞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인간이 미안하다.”라는 댓글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공감 버튼은 누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앞으로도 원하지는 않지만, 환경파괴를 이어갈 게 자명하기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분리수거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이 정도로는 당당할 수가 없네요. 워낙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니까요.
환경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된 건 그만큼 우리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단지 특정 국가가 아닌 경제 발전의 혜택을 받은 모든 시민이 만들어 낸 거라는 건 간과할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건 저 자신은 환경 파괴의 현행범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책임져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지금과 다른 번거로운 일이 생기더라도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준비 말이에요. 노력하는 만큼 우리의 미래는 더 맑을 것이고, 더불어 우리의 현재도 그만큼 나아질 테니까요.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끌어주세요. 기꺼이 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