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th. 첫 독립의 쓴맛

멋진 테라스의 기회비용

by 성냥

직장인이 되어 처음으로 학업이 아닌 생활을 위한 집을 구했다.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널찍한 방과 붙박이 옷장, 그리고 바깥 풍경이 멋진 테라스 공간 때문이었다. 월세와 생활비를 내가 번 돈으로 해결하는 것도 처음이어서 마냥 설렜다. 온라인 부동산 어플이 활성화되는 시기였는데, 방 사진을 미리 보고 선택할 수 있어서 좀 더 수월하게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딱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는데, 바로 한 회사의 사옥 중 한 방을 세를 내준 것이었다. 이 건물의 2층은 회사 사무실이었고, 그 위로는 직원들이 살고 있는 구조였다. 그래도 방이 마음에 든 나는 바로 계약을 했다.


물론 방 안에서는 정말 좋았다. 첫 독립 라이프를 기념하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찌들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방을 꾸미기 시작했는데, 아직 초년생이다 보니 예산에 한계가 있어 나의 방은 심플이 콘셉트가 되었다.

화분도 몇 개 들여놓았지만 테라스 창틀이 너무 높아 위험해 보여서 그냥 방안에 두었다. 처음엔 테라스가 너무 좋았는데, 비가 오는 날에는 그대로 빗물이 들어와서 짐을 놓을 수도 없고, 정작 테라스에 나가면 눈높이 아래는 빛이 들지 않아서 식물을 키우기도 애매한 공간이었다. 딱 흡연자들에게 좋을 법한 구조였는데, 비흡연자인 나에게는 활용하기가 조금 난감했다. 그래도 하천이 내려다보이는 바깥경치가 좋고, 침대에 누워서 보이는 하늘과 나무가 좋았다. 이때 자연이 주는 행복감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퇴근 후, 주말에 조용한 집에서 누리는 어떤 자유로움은 나의 독립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그러나 이 집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사옥이다 보니 완전 여자 기숙사와 같았다. 남자인 사람을 데려오면 사장이 시시티브이로 확인 후 바로 연락을 하는 그런 형식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런 조선시대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개인 소유인 곳이라 어쩔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 회사 사람이 아닌 외부인인 채로 사무실을 지나쳐서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내부인과 같은 규칙을 적용받는 게 조금 힘들었다. 같은 입장이 아닌 어떤 소외감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고, 영하 18도까지 내려갔던 추운 겨울날 이사를 결심했다.


그날은 한반도에 북극의 바람이 휘몰아치던 한겨울이었는데, 한밤중 뭔가가 쩍 갈라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확인해보니, 이중창이었던 큰 베란다 창문에 금이 쫘악 가 있는 것이었다. 방 안과 밖이 유리 창문 하나로만 구분되어 있었는데,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로 인해서 창문이 갈라진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바로 부동산과 집주인에게 말을 했더니, 확인을 하러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리공이 와서 확인을 하고 창문을 새로 갈았는데, 큰 창이라 창문 값이 무려 30만 원이 나왔다. 수리공 말로는 창문을 처음 낄 때 잘 못 맞춰서 끼운 경우에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집주인은 나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나는 그날로 집에 대한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 세입자를 위하는 척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실은 그런 집주인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상기하게 되었고, 나는 이 회사에 꼬박꼬박 비싼 월세를 주는 벌이에 불과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잘못도 아닌 것에 대해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집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라 생각하며 창문 값을 물어주고, 바로 다음 달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첫 독립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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