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열 두번째 답장
아빠!
아빠가 39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하며 쌓아온 메모 비법을 들으니 정말 감탄스러웠어. 처음부터 완벽하진 않았겠지만, 작은 메모 습관이 아빠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거라는 생각에 더 존경하게 되더라. 좋은 글귀나 명언, 일상의 순간들을 메모한다는 얘기에서는 아빠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
돌이켜보면 나도 아빠처럼 메모를 습관처럼 했던 것 같아. 길을 걷다가 영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에 적거나 가방 속 수첩에 단어 하나라도 써놓곤 했지.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메모를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도 차분해졌거든.
아마 이런 습관도 아빠 덕분이겠지? 어릴 때 아빠가 교무실에서 야근할 때, 나한테 "종이 모아서 스테이플러로 찍어줘." 같은 작은 부탁을 했잖아. 어린 마음에도 종이를 깔끔하게 모아 제본하려고 고민하던 기억이 나. 요리 찍어보고 조리 찍어보면서 아빠가 칭찬을 해주면 하늘을 날아갈 것 처럼 기분이 좋았지. 또, 아빠가 담임 선생님일 때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도 많이 배웠던 것 같아. 아이들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가면서도 잘못했을 땐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가르치던 모습을 보며, 내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어떻게 지시하고 이끌어야 할지 배울 수 있었어. 감정적이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는 법에 대해서.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니 아주 작은 일인데도 아빠의 어깨 넘어 배운 사소한 습관들이 내가 어른이 되어 일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네. '메모'의 습관 처럼 말이야.
아빠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듣는 이야기들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하니 점점 더 기대가 돼. 언젠가는 나도 아빠처럼 내 경험과 지혜를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참, 아빠. 나는 아빠처럼 메모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기록할 때 나만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잖아. 그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집중도 잘 돼서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야. 아빠는 어때? 아빠도 아빠만의 공간이 필요하진 않았어? 교실도 있지만, 온전히 아빠 자신에게 집중하고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지 궁금해. 다음 편지에 그 이야기도 들려줘.
앞으로 나도 좋은 말과 생각들을 메모하면서 나만의 보물상자를 만들어갈게. 항상 용기와 사랑을 주는 아빠, 정말 고맙고 나도 언제나 아빠를 응원해.
사랑을 담아, 아빠 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