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열 다섯 번째 편지
사랑하는 딸에게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구나. 지난번 편지에서 네가 '휴식'에 대해 이야기해 줬는데, 우리 딸이 이렇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이제야 알았어. 이번 봄에는 진혁이와 손잡고 산책도 자주 가고,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아빠는 오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얼마 전,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거든.
직장에서 어떤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집안일이 겹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단다. 부랴부랴 발급 기관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 주무관이 이렇게 말하더구나.
"민원실에서 발급해야 하는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더니 잠시 망설이더니 덧붙였어.
제가 담당자는 아니지만,
민원실에 가서 미리 발급해 놓을 테니 늦게라도 오셔서 찾아가세요
얼마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덕분에 퇴근 후에도 무사히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단다. 밝고 친절한 그 청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그는 조용히 사무실로 올라가 버렸어.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따뜻한 사람들이 많고, 그런 사람들 덕분에 희망이 살아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단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고, 승부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이런 따뜻한 온기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졌어.
반면, 그저께 우리가 함께 갔던 식당에서의 일을 기억하니? 음식은 괜찮았지만, 주인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잖아. 좀 더 밝은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더라.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어.
미소 지을 수 없다면 가게 문도 열지 마라
친절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습관이 되지는 않아. 하지만 친절한 태도는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상대방에게도 긍정적인 인상을 남긴단다.
"오늘 누군가에게 무심코 건넨 친절한 말, 당신은 내일이면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평생 그것을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 데일 카네기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해. 친절은 인간관계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고, 결국 모두에게 이득이 되니까. 작은 친절이 모이면 세상이 더 따뜻해지고, 예의와 배려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사람들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우리 주변에는 이미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회사에서 적응이 어려운 후배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실수한 사람에게 "괜찮아요, 다음엔 더 잘될 거예요"라고 다독여 주는 것. 이런 작은 친절들이 쌓이면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우리 스스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사랑하는 딸아!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혼란스러워도,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씩 친절을 베풀면 희망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라고 믿어. 아빠도 더욱더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게. 우리 딸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오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네 따뜻한 마음을 전해 주렴.
행복한 세상은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
우리 딸! 화이팅!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