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보내는 열 네번 째 답장
지난 학기에 아빠가 우리에게 보내준 매봉산 사진만 해도 한두 장이 아니었지. 바쁜 시간을 보낼 때의 아빠도 멋있었지만, 여유 시간을 아빠만의 방식대로 보내는 모습도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 그냥 자리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예쁜 풍경을 감상하는 게 훨씬 좋으니까!
아빠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늘 활동적으로 휴식을 취해왔던 것 같아. 등산을 하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고수부지를 걸으러 나가거나. 그때는 그런 아빠를 보며 ‘안 피곤한가? 그냥 집에서 낮잠을 자거나 TV를 보는 것도 휴식일 텐데, 왜 맨날 밖으로 나가는 걸까?’ 하고 궁금했던 적도 있었어. 특히 집 앞 천봉산에 올라가자고 하면 왜 그렇게 가기 싫었는지 몰라. 거의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갔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돌아보니 그때의 기억마저도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더라.
아빠의 편지를 읽으면서 왜 아빠가 등산을 좋아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 단순히 ‘산을 오른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 속에서 다정한 사람들의 손길을 느끼고, 예쁘게 익은 망개 열매를 보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과정이었구나 싶더라. 아빠에게 ‘산행’은 그 자체로 ‘행복’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거야.
그런 아빠를 보며 나도 생각해봤어. 나는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을까? 솔직히 나는 휴식을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 소파에 늘어져 있어도 머릿속엔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미완성 작업물이나 읽어야 할 책들이 자꾸 생각나더라고. 그래서 원룸에 살 때도 한 걸음만 가면 침대인데, 늘 불편한 책상 앞에 앉아 뭐라도 끄적거리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 (이런 것도 유전인가?)
그런데 아빠의 편지를 읽고 ‘휴식’이란 단어의 뜻이 궁금해서 한자 풀이를 찾아봤어.
休 쉴 휴 息 쉴 식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쉼.’
단어 자체에 ‘쉬다’라는 뜻이 가득 담겨 있더라고! 그런데 나는 휴식을 취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다 보니, 제대로 쉬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일하지도 못해서 오히려 더 피곤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집 앞 산책로라도 걸어볼까 해. 그렇게 걷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되고, 다가오는 봄의 흔적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건강도 챙기면서 말이야.
아빠처럼 나만의 휴식 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볼게! 아빠의 편지를 읽으며 좋은 영감을 얻었어. 고마워, 아빠!
날씨가 따뜻해지면 나도 근처 산을 찾아서 한 번 올라가 봐야겠다. 그리고 언제 한 번, 우리 같이 등산 가자!
사랑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