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적어도 오늘은.

by 이지희

막혔던 길이 어느 날 통행 가능해졌을 때.

‘당분간 쉬어요’라는 푯말을 건 채 무기한 문을 닫은 가게가 어느 날 다시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오랜만에 들려오는 '가능한 것들'의 기쁨과 힘은 나에게도 전해져, 단숨에 나의 하루를 기분 좋은 하루로 바꾸어 준다.


사람도 그렇다.

사랑하는 친구가, 내 곁의 가족이, 아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일지라도 힘든 일을 겪고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과연 나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기뻐해 주고 응원해 주는가?

솔직히,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는 나를 응원해 주는 방법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그저 해오던 것이라곤, 기분 좋은 마음으로 평안을 유지한 채 오늘 하루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노력이라는 생각뿐이다.

사실 내게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전문성을 갖춘다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세련되지 않아도, 갔던 길을 반복해서 가야 해도, 포기하지 않고 지루함도 견디며 가야만 하는 이 지난한 시간들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뒤로도 아닌, 그렇다고 위로도 아닌, 밑으로 또 밑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 그 깊이를 헤아리는 것.

그것이 내가 가고 있는 길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깜깜한 바다 위를 비추는 등대의 불빛처럼,

어두운 지하 속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메아리가 되기를 소망하며,

그렇게 지상으로 다시 올라와 땅을 딛고 섰을 때, 그 공기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더 깊이, 더 깊이.

그렇게 묵묵히 견뎌 본다.

걸음이 무거워 혹시 돌아가는 길마저도 고되지 않도록 너무 힘을 빼지 말고, 너무 지치지도 말고, 있는 힘만큼 오늘도 나아가본다.


어릴 적 교회에서 들었던 찬양이 내 마음에 맑게 울린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시네

내 모습 이대로 받으셨네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 하듯이

나도 널 사랑하며 섬기리


이 찬양의 가사가 '이대로도 좋으니 좌절할 것처럼 울지 않아도 돼'라는 응원으로 들려온다.

정말로 지친 지금 이 순간, 그 말이 나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되어 준다.

힘이 생겼으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오늘은.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다다른 길, 그 위에서의 평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