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또 가까이 눈부시게 걸어가던 모든 그늘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던 그 순간에,
나는 무엇을 했던가?
밤새 울부짖던 울음소리도 모두 귀를 틀어막고 듣지 않은 채,
내 마음속 메아리만 잡으려 잡히지 않는 소리를 손아귀에 붙잡은 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그 심정으로,
나는 깊이 잠에 들었었던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심정으로,
내가 나를 직면해야만 하는 공허함 속 홀로 남겨진 그 우물가 앞에서,
나는 누구를 기다렸던가?
결코 만난 적도 없는 새 바람과 새 사람과 새 낭만들은
재즈음악소리처럼 튕튕 튕겨나가는 그 느낌 그대로,
즐기지도 못하니 듣지도 말자고 마음먹었던 그 지독한 심정이,
나를 어디까지 가두었던가?
나는 보았네, 나는 보았네.
홀연히 찾아와 나를 일으키던 그 손을 나는 보았네.
눈을 감아도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감싸주던 그 새 바람을 나는 보았네.
한 번도 뒤엉켰던 적이 없던 마음으로 내 앞에 서서
따뜻한 눈빛만으로도 나를 감싸주는 그 온기를.
나는 묵직하게 바라보았네.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고 누가 말하던가?
어차피 남겨지지 않을 바엔 없는 것이 낫다고
체념하던 그 날선 잔소리들이 나를 이기지 못하였기에,
나는 나를 지키고 내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네.
그것은 미움도 사랑도 뭣도 아닌,
그저 빛이었다는 것을.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는 바로 그 빛이었다는 것을.
거적데기 하나 걸치고 지나가도 좋으니,
나그네라 손가락질해도 걸을 수 있는 다리만 있다면야.
나는. 나는.
내 두 발로 걸어서 그 빛에 이끌려
나를 데려가 행복을 맛보게 할 것일세.
누군가 내게 말했다.
일어나라고.
빛을 발하라고.
네 빛이 이르렀다고.
그러니 살만하지 아니하던가.
어우를 수 있는 모든 손 내밈을 모두 함께 잡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보세.
내가 일어나면 너도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두 주먹 불끈 쥐고 모두 함께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비로소 올 때가 온다는 것을.
그러니 무릎 털고 일어나 오래된 편지가 내게 도착한 것처럼,
낡았지만 진심인 그 메시지 하나를 가슴에 품고,
빛을 바라보세.
또 한 번, 살아볼 만하지 아니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