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일까 봐 확신이 없어서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서있어도 앉아있어도 때론 누워있어도 편치 않던 것은 마음의 문제였을 것이다.
변화하는 날씨에 내 인생이 빗대어 보였던 것도 유리처럼 깨져버릴까 약했던 마음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중간고사를 마쳤다.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게 나는 마치는 날까지 체력도 정신력도 뒷받침되지 않아 무너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지난겨울 다들 독한 감기에 걸렸을 때에도 혼자 안 아팠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뿌듯했는데 왜인걸 26도의 날씨에 감기에 걸려 하루 종일 기침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렇게 약을 먹고 낮잠이 아닌 아침잠을 다시 청하며 푹 자고 늦게 일어났다.
몸이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잠시 일어났을 때에도 내일까지 잘 수 있을 느낌이 들었지만, 점심이 늦어져 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오니, 정적이 흐르는 그 순간이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졌다. 기쁨이 천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3월 입학 후 바로 어젯밤까지도 하루하루가 치열했던 순간들이 갑자기 모두 조용하게 느껴졌다.
막다른 길이 아닌지, 힘들게 내딛는 걸음이 헛된 건 아닐지, 당장 내일이라도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그게 심히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야 와보니 힘겹지만 나는 어느새 값지게 막다른 길이 아닌 다다른 길목 위에 서있었다.
또 한 번 같은 결의 고통들이 다 지나가고 이제 앞으로 이렇게 전진하면 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 앞으로 나아감에 대해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성장의 길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무르익어 가는 성숙의 길이었다.
나로 인하여 새로운 것이 창출되어지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서 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아침을 감사함으로 하루를 살아내는 길이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단련되고 훈련되어 더 단단해질 그 소망이 다다른 길 위에 나를 보고 웃으며 서있다.
평안함이 다시금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그리고 나를 에워싼 공기 속에, 내 가정에, 내가 가는 모든 곳에 다시금, 그렇게 다시금 퍼져있음을 느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으니 나는 이 평안함에 완전한 만족함을 느낀다.
그렇게 감사한 삶이 지금도 그리고 내일도 계속되기를 그것만을 온전한 마음을 바쳐 바라본다.
오늘 밤도 모두 평안하기를.